나눔터 제 23호 2002년 4월호
<살며 생각하며>
아웃사이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두 편의 외국영화가 체코 극장가를 강타한 유래 없는 역사를 이루었다. 영화배급소의 통계에 의하면 개봉 4일만에 전국 160개 극장에서 93 605명이 관람하고 950만 꼬룬의 입장료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반지의 제왕>은 첫 주에 관람객 12만명 돌파 1,300만 꼬룬 입장료 수입을 차지 <해리 포터> 를 앞질렀다. 이 흥행은 나의 피부에 와 닿을 정도였다. 일찌감치 표를 예매하지 않으면 볼 수 없었다. 한편의 영화를 보기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을 만큼 영화광이 아닌 필자는 자연히 상대적으로 손 쉽게 볼 수 있었던 <해리 포터>로 눈을 돌렸다.
영화 <해리 포터>는 46개국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에서 1억1천만부 이상 팔린 조앤 K. 롤링의 소설 첫번째 이야기이다. 해리 포터라는 한 고아소년이 11살 생일에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어 놀라운 마법 세계에서 짜릿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제작 때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소설 속의 환상과 마법의 세계를 영상으로 재현하기 위해 무려 1억 6천만 불이 투입되고 영국 런던 근교에 ‘호그와트 마법학교’ 세트장이 완벽하게 마련되고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 특수효과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있었다고 한다.
영화는 영화자체로 감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몇 가지 해리의 모티브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어느 사회에서나 아웃사이더 였다. 아웃사이더인 그의 이미지는 갸름한 얼굴과 가느다란 다리, 새까만 머리카락에 연한 초록 눈에 동그란 안경을 낀 해리 포터 역을 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외모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유약하고 저항할 줄 모르는 그는 고아로 이모의 집에서 학대를 받으며 살고있지만 무엇인가 신비한 기운에 둘려 있는 느낌을 준다. 이모 가족의 학대는 해리를 절망에 빠트리는 것이 아니라 해리의 미래를 드러내 주고있다.
영화 속에 드러나는 해리의 모습 가운데 하나가 죽은 부모와 동일화 하는 것이다. 권위주의의 효가 아니라 해리는 부모와 자신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버지를 이어 유명한 마법사로 탄생한 것도 그렇다. 그리고 해리는 현실의 세계가 아닌 꿈의 세계로 늘 도피한다. 강자는 자신의 의지에 기대지만 약자는 비전에 의지한다. 그리고 해리는 자신의 친구를 아웃사이더 가운데서 발견한다. 생선을 뼈와 살로 나눠 회 치듯 인생을 그렇게 나눌 수 없지만 해리와 같은 아웃사이더 인생들에게는 그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선과 악, 성공과 실패가 더 분명하게 구분된다. 약자들 앞에서 분장할 필요가 없는 강자들의 심리와 감추어진 발톱을 그들은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테러와 보복전쟁은 색깔만 다른 같은 폭력이며 보복전쟁은 사랑의 매가 아닌 것을 아웃사이더 인생들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약자들은 악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그것과의 대결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호 협력과 연대 속에서 물러서지 않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약자들의 승리는 친구들의 승리, 협력과 연대의 승리이다.
4월!
부활의 계절에 아웃사이더 해리로부터 묵묵히 고난을 받고 부활의 승리를 노래하는 아웃사이더 예수와 역사 속의 그의 사람들이 자꾸 머리에 떠오른다.
목사 이 종 실(나눔터 발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