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사람 7: 화평하게 하는 자

<마태복음 5장 9절>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오늘은 예수님이 선포하신 팔복 중 일곱 번째, 화평하게 하는 자의 복을 살펴봅니다.

‘화평하게 하는 자’란 어떤 사람일까? 여기 ‘화평하게 하다’로 번역된 헬라어는 ‘에이레노포이오이’, 이것은 ‘평화’를 뜻하는 ‘에이레네’와, ‘만들다’는 뜻의 ‘포이에인’의 합성어입니다. 그러니까, ‘화평하게 하는 자’란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란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것은 ‘평화로운 사람들’ 혹은 ‘화목한 사람들’과 같이, 한 인간의 성품이나 한 집단의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 아닙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화평하게 하는 자’란, 평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애쓰는 사람을 말합니다. 성경에는 서로 화목할 것을 권면하는 말씀들이 많습니다.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 (막9:50)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롬12:18)

이런 말씀들은 ‘평화가 있는 곳에서 그 평화를 지키라’는 권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의미는 보다 강합니다. ‘평화가 파괴되고 있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가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이 ‘화평하게 하는 자’의 모본이십니다. 골로새서에서 바울은 예수님이 행하신 화평의 사역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 (골1:20)

예수님은 그분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하나님과 천지만물 사이에 화평을 이루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전에 악한 행실로 멀리 떠나 마음으로 원수가 되었던 너희를 이제는 그의 육체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화목하게 하사 너희를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그 앞에 세우고자 하셨으니” (골1:21-22)

우리의 악한 행실로 인해 파괴되었던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평화를 예수님께서 그의 육체의 죽음을 통해 회복시키시고 우리를 다시금 거룩하게 하나님 앞에 세우고자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그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서 ‘화평케 하는 자’의 역할을 감당하셨던 것입니다.

한편, 에베소서에서 바울은 예수님의 화평의 사역을 또다른 관점에서 언급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려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담을 자기 몸으로 허무셔서, 원수된 것을 없애시고, 여러 가지 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습니다. 그것은, 이 둘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드셔서, 평화를 이루시고, 원수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시려는 것입니다” (엡2:14-16)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율법과 적대감의 장벽을 예수님께서 자기 육체의 찢김을 통해 허물어버리시고 그 둘이 자기 안에서 한 몸을 이루며 화평케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그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이 땅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화평케 하는 자’의 역할을 감당하셨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인간관계 속에 거짓과 폭력, 오해와 갈등, 그로 인한 내면에 미움과 시기, 갖가지 질병, 가난, 사회적 불의와 사고, 이념 갈등, 인종 갈등, 종교 갈등, 국가간의 전쟁, 자연과 생태계의 파괴 등… 평화를 깨뜨리는 요인들, 또 평화를 깨뜨리려는 세력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따라서 예수님처럼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꼭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로서 자기 몸 버려 그 일을 행하신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그 일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