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을 만들지 말라

<출애굽기 20:1-6> (개역개정)

1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2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

3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4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

5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6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성도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본문은 잘 알려진 십계명의 첫 두 계명입니다. 계명들을 말씀하시기 전에 하나님은 먼저 이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 하나님은 그들을 이집트 노예상태에서 해방하신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이 계명들을 주시는 이유를 알려주시려는 것입니다. 이 계명들은 그들을 다시 노예 삼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참된 자유를 주시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능히 그러실 수 있는 분이며, 그러길 원하시는 분임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첫 번째 계명입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다른 것을 함께 섬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기로 결정하는 순간 다른 모든 것들은 숭배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자유의 박탈 같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하나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자유의 보장입니다. 인간의 숭배를 요구하는 다른 모든 세력들의 세력권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말하자면 이 계명은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속에서 자유의 영역을 보존하는 능력입니다.

하나님은 이집트의 모든 신들을 능가하는 그분의 능력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여주시고, 이어 그들에게 하나님 외에 다른 신들을 갖지 말 것을 명령하심으로써, 그들이 다른 신적인 세력들의 지배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들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 계명을 범했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에게도 하나님과 더불어 다른 것들을 신처럼 숭배하며 살려는 유혹이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하나님을 예배하지만, 일터에서는 돈을 섬기고 권력을 섬기는 일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이어지는 2계명은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이든, 그 어떤 것의 형상도 숭배를 목적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앞에 ‘너를 위하여’란 말이 붙어있는 것은, 사람들이 우상을 만드는 목적이 결국 자기를 위한 것임을 암시합니다.

자기를 두렵게 하는 대상이 있을 때, 그것의 형상을 만들어 그 앞에 엎드려 빕니다. 내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그 대상을 어르고 달래는 것입니다. 또한 자기를 매혹시키는 대상이 있을 때, 그것의 형상을 만들어 그 앞에 헌신을 맹세합니다. 그것과 나를 동일시하고 한껏 드높임으로써 함께 높아지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우상 숭배 금지 명령은 다른 신들만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계명입니다. 어떤 것의 형상을 본따 우상을 만들고 그것을 ‘하나님’이라 부르며 섬기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컨트롤 가능한 어떤 가시적인 물건 속에 위치짓고 길들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출애굽기 32장에 나오는 금송아지 사건이 대표적인 예라 할 것입니다. 백성이 요구합니다.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에 아론은 금 고리들을 모아 부어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들고 그들에게 말합니다. “이는 너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오늘날에도 얼마든 이런 식의 종교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어떤 하나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우상화된 하나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God as money, God as power, God as entertainment, God as success, God as prosperity… 하나님을 섬긴다 하면서 실제론 내가 믿고 싶은 하나님, 내 머리 속에서 만들어낸 하나님, 사실상 내가 욕망하는 그것을 숭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 이어지는 출애굽기 20장 22-23절에서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늘로부터 너희에게 말하는 것을 너희 스스로 보았으니 너희는 나를 비겨서 은으로나 금으로나 너희를 위하여 신상을 만들지 말라”

왜 하나님은 그 어떤 우상도 만들어 섬기지 말라고 하신 걸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자유’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만든 어떤 틀이나 형상 안에 갇히실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인간이 감히 하나님을 축소하고 왜곡하고, 심지어 죽이려할지라도, 그것은 그저 인간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일뿐, 하나님 자신이 실제로 그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이사야 40장에서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런즉 너희가 나를 누구에게 비교하여 나를 그와 동등하게 하겠느냐… 너희는 눈을 높이 들어 누가 이 모든 것을 창조하였나 보라”(25-26)

두번째 이유는 본문 5절에 나오듯, ‘하나님의 질투’입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이 하나님 대신 다른 것의 형상을 만들어 숭배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으신 분이 아닙니다. 그 모습에 몹시 속상해 하시는 분입니다.

질투가 하나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질투는 사랑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질투도 없습니다.

“나 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에 신실하게 행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저 이 시대 나의 삶과만 관련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영향이 후대에까지, 짧게는 삼사 대, 길게는 천 대까지 미칠 것이라고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다윗이 범죄했을 때 그 여파가 그의 자식들에게까지 미쳤습니다. 하지만 또한 하나님은 다윗을 생각하셔서 그의 후손들에게 계속해서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하나님께 신실하지 못했다면, 그 자식과 후손은 어쩔 수 없이 저주받을 운명에 놓이는 것인가? 반대로, 아버지가 하나님께 신실했다면, 그 자식과 후손은 본인이 어떻게 살든 복을 이어받게 되는 것인가?

앞세대가 잘못 산 것의 대가를 후세대가 치러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 같습니다. 우리 부모 세대가 열심히 산 결과로 오늘날 우리는 전보다 풍요를 누리며 살지만, 동시에 그들이 남용하며 산 결과로 오늘날 지구 환경은 급격히 나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세대의 운명이 앞세대에 의해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민수기에 보면, 당을 지어 모세에게 반역했던 고라, 다단, 아비람이 결국 몰사하는 가운데, 그 주동자였던 고라의 자손들은 그 반역에 가담하지 않은 결과로 화를 면합니다.

아담이 범죄한 결과로 죄와 사망이 우리에게 이르렀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다시 인류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처럼 우리 각 사람의 인생은 앞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교차하는 현장입니다. 그 물려받은 유산들 속에서 오늘 내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내가 후세대에게 어떤 유산을 남기게 될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우리가 피해야 할 삶이 우상을 만들어 섬기는 삶이라면, 우리가 힘써야 할 삶은 하나님의 형상을 잘 나타내는 삶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부모가 그 자녀에게 신앙 자체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이 억지로 믿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삶 속에서 그 자녀에게 하나님을 잘 비춰주는 일입니다.

부모의 모습에서 비쳐나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면서 우리 자녀들의 하나님을 향한 여정은 시작될 것입니다. 부모의 마음과 눈이 향하고 있는 그분에 대한 궁금증과 경외심 속에서 우리 자녀들의 믿음은 하나님을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라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상을 만들어 섬기지 말라 하신 이유는 우리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잘 비추며 사는 사람들이 되길 바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하나님은 해방의 하나님,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하십니다. 그리고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며 우리 자녀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그분의 형상을 잘 비추며 살기를 바라십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우상을 만들어 섬기지 말라는 말씀 속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주신 계명을 따라, 우리 마음에 가득한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의 형상을 잘 비추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