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흐니체 정신병원을 방문하고>
나는 체코 꼬빌리시 교회에서 선교하고 있는 보흐니체 정신병원을 슈토렉 목사님의 안내로 방문하게 되었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배가 있는데 거기에 참석하는 환자들에게 한국인들이 한국차를 대접하는 작은 봉사때문이다. 그곳은 합스부르크 왕가때 지어진 건물로 병원이라 하기 보다는 커다란 하나의 마을로 형성되어 있었고 보통사람이 사는 마을과 마찬가지로 학교 , 수퍼마켓 등 또 교도소 까지 있어 외관상 전혀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처음 프라하에 왔을때 교우들이 살고 있던 마을 옆이었지만 그때는 무심히 스쳐 지나갔었다.
나는 처음에 정신병원이라 하면 뭔가 스잔하고 음침하고 별로 기분좋은 느낌이 들지않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곳을 방문하였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나의 작은 성의가 그들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것은 아닐지라도 소외된 그들에게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걸 느끼게 한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예수님이 처음 갈릴리의 낮고 천한자들을 찾아가 그의 사랑을 베푸셨던것 처럼 우리의 작은 봉사를 통해 그들이 예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잎이 져버린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길들이 잘 정돈 되어있었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날엔 참 예쁘겠구나\" 하는 생각과 \"아마 예배는 병원 한칸 빌려서 보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중 차는 큰교회 앞에 멈췄다. \"아니 이곳에 이렇게 큰 교회가 있다니\" 나는 내심 놀랬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병원의 모습이라면 창살속에 갇혀 햇살을 향해 창문너머 세상을 그리워 하며 새장속에 사는 췌췌한 환자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곳은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응 훈련을 시키면서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500명 정도의 환자와 800명 정도의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종사자들이 있다고 한다. 한 남자 신학생의 봉사로 교회는 깔끔하게 정돈되여 있었다. 예배시간에 10여명의 환자들이 참석하였고 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은 아무 관심이 없는양 무뚝뚝하기만 했다. 종소리와 함께 슈토렉 목사님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예배순서에 따라 우리는 한국차(둥글레차)를 대접했다.
교회가 춥고 썰렁해서 따끈한 차한잔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는 과연 이들이 이 차를 아무 의심없이 거부반응없이 마실까? 차가 뜨거운데 잘못하여 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한마디 아는 체코말로 \"도브리덴\"하고 인사를 하며 웃었고 옆 교우는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말과 더불어 차를 대접했다.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느끼면서 나는 그들을 향해 다시한번 \"도브리덴\"하며 웃었다. 한번도 따뜻한 눈길한번 받아 본적이 없는 양 경직 되어 있던 그들의 눈빛은 금방 부드러워졌고 \"데구이\"하며 고맙다는 말로 답을 해주기도 하고 \"이 차 돈주고 사먹느냐?\"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예배는 내가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잘드려졌고 어떤 휠체어에 탔던 할머니는 눈물이 글썽거리기도 하였다. 내마음은 봄눈처럼 녹아졌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느껴 보았다. 예배가 끝난후 처음 딱딱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웃으면서 잘마셨다는 인사와 함께 어떤 할머니는 우리에게 \"당신이 믿는 예수를 나도 믿습니다.\"라는 작은 종이를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순간 나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이 작은 만남은 결국 환자들과 우리들 사이에 문화와 건강의 경계선을 넘어가는 예수의 사랑을 맛보는 기쁨의 순간이라고 나는 고백할 수 있다. 교회를 나오면서 휑하게 비여있는 많은 자리가 가득차길 바라며 오늘 만난 환자들이 우리의 작은 만남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를 맛보며 새로운 삶을 빨리 시작할 수 있기를 기도를 하였다.
정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