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사람 4: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마태복음 5장 6절)



오늘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팔복 중에 네 번째 복에 대해 살펴봅니다. 우리 삶에 참된 만족, 참된 배부름은 어디서 오는가?

배고플 때 먹는 한 그릇의 음식은 우리에게 만족과 기쁨을 줍니다. 우울한 일이 있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나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 참된 만족을 주는 것이 이 음식이라 말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배고픈 시절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배부른 시절엔 그만큼 맛있지 않습니다. 불편한 사람과 마주앉아 먹는 화려한 음식은 편한 사람과 먹는 소박한 음식만 못합니다. 매일의 식탁이 진수성찬이어도, 그게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편, 부모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걸 보면 안 먹어도 배부름을 느끼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밥 한 끼 먹을 돈 아껴 원하던 책 한 권을 사면 그리 배부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또 얼마간 시간이 흐르니 그렇게 모아둔 책들을 봐도 별로 배부르지 않더군요. 결국 만족과 행복이란, 내가 뭐에 가치를 두고 뭘 갈망하느냐에 달린 문제인 듯 합니다. 그 가치와 갈망이 내 속에서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일 때, 그로 인한 만족과 행복 또한 오래 가기 힘든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에게 참된 배부름, 영원한 만족을 줄 수 있을까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우리 삶에 참된 배부름은 의에 대한 주림과 목마름으로부터 온다고 하십니다. 주림과 목마름은 결핍의 상태입니다. 현재 없는 것에 대한 강렬한 의식,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절박한 갈망…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이며, 두려움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상태에 처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히려 ‘지금 주리고 목마른 자’가 복이 있다 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참된 만족이 되는 다른 무언가를 갈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른 무언가가 무엇일까? 예수님은 그것을 ‘의’라고 하십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복이 있다 하십니다.

그렇다면 ‘의’란 무엇인가? 그냥 ‘옳음’이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아주 틀리다 할 순 없겠지만, 이 ‘옳음’에 대한 판단기준과 강조점이 사람마다, 사회마다, 시대마다 같지 않기에,본문에서 ‘의’라는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 본문인 마태복음은 그리스어로 쓰여졌지만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쓰여졌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이 말씀을 들었던 청중들 역시 유대인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본문에 언급된 ‘의’는 무엇보다 유대 전통, 특히 구약 성경의 맥락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에 보통 ‘의’로 번역되는 히브리어는 ‘체데크’(sdq)입니다. ‘곧다’라는 어원을 가진 이 말은, ‘마땅히 되어야 할 모습을 하고 있는 어떤 것’, ‘다른 것들을 측량하는 기준이나 규범이 되는 어떤 것’을 뜻합니다. 이 단어가 인간의 행동과 관계에 적용될 때는, 특정 환경과 관계 속에서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행하는 걸 말합니다. 즉, 지금 내가 속한 ‘이 관계에서’ 올바른 일을 행하는 것,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에서’ 우선순위와 요구에 따라 행하는 게 ‘의로운’ 것입니다.

한편, 히브리어에는 이 ‘체데크’와 자주 짝을 이루며 언급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미슈파트’(mspt) 라는 단어인데요, 우리말 성경은 이를 ‘정의’로 번역하곤 합니다. 이 단어는 어떤 사람의 법적 권리를 옹호하거나, 힘없는 사람의 공정한 소송을 보장하는 모든 차원의 사법 활동과 관계가 있습니다. 즉, ‘바로잡다, 잘못되었거나 억압적이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개입하여 고치다’ 라는 의미가 이 속에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상당히 중복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굳이 차이를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미슈파트’(정의)는 사람과 환경이 ‘체데크’(의)에 따라 회복되기 위해, 특정한 상황해서 해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체데크’가 일의 상태, 즉 이루고자 목표하는 그 무엇이라면,
‘미슈파트’는 그것을 위한 행동들, 즉 해야 하는 그 무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