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22년 10월 23일)
- 야고보서 2장 1-13절
- 설교자: 류광현 목사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 - 약2,1-13.docx
<야고보서 2:1-13>
1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너희가 가졌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
2 만일 너희 회당에 금 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남루한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이 들어올 때에
3 너희가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를 눈여겨 보고 말하되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가난한 자에게 말하되 너는 거기 서 있든지 내 발등상 아래 앉으라 하면
4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
5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들을지어다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상속으로 받게 하지 아니하셨느냐
6 너희는 도리어 가난한 자를 업신여겼도다 부자는 너희를 억압하며 법정으로 끌고 가지 아니하느냐
7 그들은 너희에게 대하여 일컫는 바 그 아름다운 이름을 비방하지 아니하느냐
8 너희가 만일 성경에 기록된 대로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하신 최고의 법을 지키면 잘하는 것이거니와
9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
10 누구든지 온 율법을 지키다가 그 하나를 범하면 모두 범한 자가 되나니
11 간음하지 말라 하신 이가 또한 살인하지 말라 하셨은즉 네가 비록 간음하지 아니하여도 살인하면 율법을 범한 자가 되느니라
12 너희는 자유의 율법대로 심판 받을 자처럼 말도 하고 행하기도 하라
13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성도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오늘 본문에서 사도 야고보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너희가 가졌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는 것의 예가 바로 이어서 언급됩니다: 가령 여러분이 하나님을 예배하러 모인 곳에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과 남루한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고 합시다. 그때 여러분이 값비싼 옷을 입은 사람에게는 특별한 호의를 보이며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십시오” 하고, 싸구려 옷을 입은 사람에게는 “거기 서 있든지 저기 어디 앉든지 하시오” 한다면, 여러분은 악한 생각으로 사람을 판단하여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여기선 겉모습과 옷차림에 따른 차별을 말하고 있지만, 그 외에 외모라든지 지식이라든지 출신이나 학벌, 인종, 성별, 나이, 종교 등 여러 면에서 차별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전 우리 교회 체코-한국 연합청년모임에서 그리스도인을 비그리스도인과 구별짓는 요소가 뭘까에 대해 얘기나눈 적이 있습니다. 역시 가장 많은 수가 동의를 표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이웃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항목들 중에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을 그리스도인을 특징짓는 요소로 생각헌 사람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비그리스도인 중에도 차별 대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기독교 신앙의 핵심요소로는 보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사도는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않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 구주와 주님으로 믿는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가 믿는 복음이 차별없는 복음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그분의 나라에 들어오도록 초청하신다는 복된 소식입니다. 성경은 모든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이 각 사람에게 차별없이 행해질 것임을 말합니다. 차별없는 구원에 관해 사도행전에서 베드로는 말합니다: “내가 참으로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10:34-35) 또한 차별없는 심판에 관해 로마서에서 바울은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그 행실대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차별없이 대하시니 말입니다”(2:8,11) 그런데 이 차별없는 복음을 믿는 사람이 사람을 차별하여 대한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둘째, 복음을 믿는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불신앙은 베들레헴의 한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에게서 그저 누추함과 비참함만을 볼 뿐이지만, 신앙은 그 똑같은 장면으로부터 하늘과 땅 사이 그 무한한 거리를 뚫고 우리에게 오신 이의 영광을 봅니다. 불신앙은 골고다 언덕 십자가에 달린 나사렛 예수에게서 그저 무력함과 비참함만을 볼 뿐이지만, 신앙은 그 똑같은 장면으로부터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까지 품에 안으시는 이의 영광을 봅니다. 그런데 이 믿음의 눈을 뜨게 된 사람이 겉모습을 따라 사람을 차별하여 대한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들을지어다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상속으로 받게 하지 아니하셨느냐?”(5)
그 이유는 셋째,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 아래서 볼 때 각 사람은 우리가 겉으로 보는 모습 이상의 깊이와 가치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한 사람의 본질을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습 속에 가둬버리고, “저 모습이 저 사람이야!” 규정해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하나님과 그 사람의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은 ‘무신론적’ 행동입니다. 마태복음 18장 10절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삼가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도 업신여기지 말라 너희에게 말하노니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의 눈길이 여전히 그 사람 위에 머물고 있는 한,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그의 과거와 현재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의 미래와도 관련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제부터는 어떤 사람도 육신을 따라 알지 아니하노라…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이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우리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를 경험한 자들임을 생각할 때, 어찌 우리가 섣불리 사람을 차별하여 대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에 대한 차별 속에는 이미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4) 우리가 잘 아는 예수님 말씀 가운데, ‘비판하지 말라’, 혹은 ‘판단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공동번역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남을 판단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판단받지 않을 것이다.”(마7:1)
이것은 판단 행위 자체를 중지하라는 뜻이 아니라, 남을 판단하는 일에 도를 넘지 마라는 의미로 제게는 이해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서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하고 좋지 않은 인상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거야 어쩔 수 없고, 그 일로 인해 어떤 다른 수고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 속에서 경험된 그의 모습 이상으로 지나치게 확대하여 그를 어떤 부류의 사람으로 규정하거나 매도하는 행위는 도를 넘는 것이며 하나님의 백성에게 합당치 않은 행동일 것입니다.
“남을 판단하는 대로 너희도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남을 저울질 하는 대로 너희도 저울질을 당할 것이다.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네 눈의 티를 빼내어 주겠다’ 하겠느냐?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지 않겠느냐?”(마7:2-5)
때때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어떤 흠과 티를 보게 되지만,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시각적 한계 때문에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일차적으로 힘써야 할 일은 그를 통해 나를 돌아보며 그와 나를 위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형제들아 서로 비방하지 말라 형제를 비방하는 자나 형제를 판단하는 자는 곧 율법을 비방하고 율법을 판단하는 것이라 네가 만일 율법을 판단하면 율법의 준행자가 아니요 재판관이로다 입법자와 재판관은 오직 한 분이시니 능히 구원하기도 하시며 멸하기도 하시느니라 너는 누구이기에 이웃을 판단하느냐”(11-12)
고린도전서 8장에서 바울은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만일 누구든지 무엇을 아는 줄로 생각하면 아직도 마땅히 알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또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면 그 사람은 하나님도 알아 주시느니라” 말합니다.
하나님을 인간 사고의 틀 속에 집어넣어 다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한 사람을 특정 범주나 그룹 안에 집어넣어 다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각 사람은 유니크한 존재이고, 참으로 그가 누구인지는 아직 미래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하나님 사랑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가 그분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의 교제 속에서 우리가 그분을 더욱 알게 되듯, 한 사람을 더 온전히 알게 되는 일도 그처럼 사랑의 길 위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는 일이라면,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않는 것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차별은 또 다른 차별을 부르고, 긍휼은 또 다른 긍휼을 부릅니다. 이 야고보서의 수신자였던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박해와 고난을 겪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러분을 압박하는 자들은 바로 부자가 아닙니까? 또 여러분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자들도 그들이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그 존귀한 이름을 모독하는 자들도 바로 그들이 아닙니까?”(6-7) 종교적 이유로 인한 차별이 착취와 고소와 비방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가운데서 또한 자기들끼리의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그러나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제 믿음 안에서 그 차별의 악순환을 끊고 이웃 사랑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차별의 고통을 겪고싶지 않듯이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며,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차별없이 대할 수 있습니다.
본문 12절에 ‘자유의 율법’이란 말이 나오는데, 어떤 성경은 이를 “자유를 주는 법’으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법에 따라서 장차 심판받을 사람들이니 그런 사람답게 말하기도 하고 행하기도 하십시오”(공동번역) 여기서 ‘자유를 주는 법’이란 바로 ‘사랑의 법’을 의미할 것입니다. “피차 사랑의 법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롬13:8,10)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않는 것은 사람에게 긍휼을 행하는 일인 동시에 하나님께 긍휼을 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긍휼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한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긍휼히 여기는 자가 복이 있다.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다”(마5:7)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시각적 한계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심리학 쪽에서 많이 행해집니다. 예를 들어 ‘후광효과’라는 것이 있는데요, 어떤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성이 그 사람의 다른 세부 특성을 평가하는 데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비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모습을 말합니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그 영향이겠죠. ‘초두효과’라는 것도 있습니다. 처음 제시된 정보 또는 인상이 나중에 제시되는 정보들보다 더 강력학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이 나쁘면 계속 그를 나쁘게 볼 확률이 높고, 이후 추가되는 정보들은 그 최초의 확신과 선입견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들은 물론 유용한 면이 있지만, 이걸 안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람 조심하세요,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세요, 등과 같은 자기중심적 성격의 조언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느냐가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반응을 결정합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을 나는 어떻게 바라보며 대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신학적 관점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을,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너희가 가졌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안에서 이 말씀을 따라 이웃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