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20년 6월 7일)
- 로마서 1장 8-13절
- 설교자: 류광현 목사
- 좋은 길 - 롬1,8-13.docx
로마서 1:8-13 (새번역)
8 나는 먼저 여러분 모두의 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에 대한 소문이 온 세상에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9 하나님은, 내가 그 아들의 복음을 전하는 일로 충심으로 섬기고 있는 분이시기에, 내 마음 속을 알고 계십니다. 나는 기도할 때마다 언제나 여러분을 생각하며,
10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님의 뜻으로 여러분에게로 갈 수 있는 좋은 길이 열리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11 내가 여러분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신령한 은사를 좀 나누어주어, 여러분을 굳세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12 이것은, 내가 여러분과 함께 지내면서, 여러분과 내가 서로의 믿음으로 서로 격려를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13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이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가려고 여러 번 마음을 먹었으나, 지금까지 길이 막혀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다른 이방 사람들 가운데서도 열매를 거둔 것과 같이, 여러분 가운데서도 그것을 좀 거두려고 했던 것입니다.
지난 주일부터 우리는 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에 보낸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지난주 말씀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복음’이란 단어일 것입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좋은 소식을 말하지요. 그래서 복음은 ‘하나님의 복음’,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이라 하였습니다.
이어지는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로마 방문 계획에 대해 말합니다. 바울이 로마에 갈 생각이라는 거죠. 바울은 이것을 생각하며 편지를 썼을 겁니다. 먼저 바울은 로마에 예수님을 잘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기도할 때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로마에 갈 수 있는 좋은 길이 열리길 간구한다고 말합니다.
좋은 길… 우리 모두는 ‘좋은 길’을 찾습니다. 내가 있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좋은 길, 내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에 이를 수 있는 좋은 길,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게 하는 좋은 길…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이 좋은 길에 대한 소망은 다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무엇이 ‘좋은’ 길이죠? 편한 길이 좋은 길인가요? 빠른 길이 좋은 길인가요? 많은 사람이 택하는 길이 좋은 길인가요? 아님, 일단 빨리 열리는 길? 어떤 심리학자의 말이,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불확실한 거랍니다. 애매하고 불안한 상황을 못 견딘다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뭘 선택할 때 보면, 애매하고 불안한 상황을 빨리 해소하는 방향으로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저런 어이없는 선택을 하나 의아해서 이유를 분석해 보면, 불안한 마음이 원인일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일에 우진이가 제게 질문했습니다. “성경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거기 절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사람들 왜 그런 거에요?” 이 기특한 질문에 제가 이렇게 답해 주었습니다. “불안해서 그랬을 거야. 하나님을 눈으로 볼 수 없으니까 불안하고 두려웠던 거지. 그래서 기다리지 못한 거야.”
좋은 길… 머리로만 생각해선 답이 안 나올 때가 많습니다. 좋은 길을 만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안 좋은 길 같아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좋은 길이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정말 좋은 길이 있다면 그건 ‘하나님의 길’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시는 길, 선하신 하나님께서 그 선하심을 따라 여시는 길, 우릴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사랑을 따라 이끄시는 길.
바울은 로마에 가려고 벌써 여러 번 마음을 먹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속 길이 막혀서 그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길이 막혔다는 건 차가 막혔다는 뜻이 아니죠. 어떤 피하지 못할 이유로 갈 수 없게 되어 계획을 바꿔야 했다는 뜻일 겁니다.
바울의 방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방문 목적이 나빠서가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다른 지역에서 전도의 열매를 거둔 것과 같이 로마에서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제국의 수도 로마에도 복음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많고, 거기서도 성령께서 자신을 통해 역사하시길 바랬기 때문이었습니다. 동기는 선했습니다. 하지만 길이 막혔습니다. 하나님께서 곧바로 길을 열어 주시지 않았습니다.
길이 열리지 않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어떻게 기다려야 합니까? 기도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바울은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로마의 성도들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기도할 때 성령께서 그 사람들을 떠올려 주셨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기도 시간에 그 사람들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이미 몇 번에 걸쳐 좌절된 계획이었지만, 그럼에도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야겠다는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하나님, 길을 열어 주십시오. 로마로 갈 수 있는 좋은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 또 어떤 방식이 될지는 하나님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당신의 가장 선하신 계획을 따라 열어주시는 길로 제가 나아가겠습니다!”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을 바꿉니다. 기도중에 그 사람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준비됩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바울은 그가 로마에 가야 할 이유를 더 분명하게 인식한 듯합니다. 11절에서 그는 말합니다. “내가 여러분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신령한 은사를 좀 나누어주어, 여러분을 굳세게 하려는 것입니다.”
바울은 로마를 방문한 적이 없었고, 그곳 교우들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당시 로마 교회의 상황을 지인들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로마에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와 같은 바울의 옛 친구들도 돌아가 있었고, 이 편지 뒷부분에 나오듯, 바울의 친척들도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바울이 이 편지를 쓰기 6년에서 8년 전에 로마에 사건 하나가 있었습니다. 로마의 유대인들 사이에 분쟁이 있었고, 그 때문에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유대인들을 아예 도시에서 추방해 버렸습니다. 신학자 톰 라이트에 따르면 이 분쟁은, 로마에 기독교 복음이 전파되면서 생겨난 것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새 황제 네로가 즉위하면서 유대인들은 다시 로마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런 일들 속에서 아마 로마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적잖은 변화와 갈등을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로마 사회 속에서 그 사람들은 소수였고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주류를 이루었겠지만, 추방령 이후에는 비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떠났던 유대인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로마 교회는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편지를 쓸 당시 바울은 그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기도하면 할수록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가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져간 것 같습니다. 그를 통해 하나님께서 성령의 은사들을 내려주심으로 공동체를 견고히 세워주시길 소망하고 있음을 봅니다. 기다리며 기도하는 가운데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더 분명히 깨달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바울은 그가 로마를 방문하는 것이 한쪽에게만 유익한 일이 아니라 서로 유익한 일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12절에서 바울은 말합니다. “여러분과 내가 서로의 믿음으로 서로 격려를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로마 성도들의 믿음을 통해 바울 자신도 격려 받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우리 가운데서 뭔가를 하십니다. 내가 주님이 주신 것으로 다른 누군가를 돌볼 때, 그 과정에서 나 또한 주님께 돌봄을 받습니다. 우리 중에 위로와 격려가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내 형제자매를 통해 나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십니다.
기도할 때 우리가 깨닫는 것은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기도 없이 일하는 사람이 얻는 것은 기껏해야 기대한 만큼이겠지만, 기도하며 일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하나님의 플러스 알파가 있습니다. 기도의 목적은 단순히 문제해결이 아닙니다. 하나님 체험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입니다.
하나님은 문제해결사이기 이전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 우리와 늘 함께 있길 원하시는 분입니다. 기도를 통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기도한 사람의 마음과 삶일 것입니다. 그것이 또다른 변화를 가능케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신비로운 일하심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길… 그렇다면 바울은 ‘좋은 길’로 갈 수 있었을까요? 그가 기도하며 구했던 ‘좋은 길’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셨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습니다. 결국 바울은 로마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그런데 바울이 거기에 이르기까지 지나간 길이 과연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길’과 일치할지는 의문입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이 편지를 써보낸 후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가서 이방인 교회의 구제헌금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성전에 들어가 예배하던 중 유대인들의 모함으로 어려움을 겪다 로마군대에 의해 체포됩니다. 이후 바울은 종교지도자들과 총독과 왕 앞에서 심문을 받지만, 오히려 그 상황을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님께서 바울에게 말씀하십니다: “담대하여라 네가 로마에서도 나를 증언해야 할 것이다”(행23:11). 이후 바울은 대담하게도 자기 송사를 로마황제 가이사에게 상소합니다. 그리고 이 상소가 받아들여지면서 그는 재판을 앞둔 죄수 신분으로 로마행 배에 오르게 됩니다. 가는 길에 배가 폭풍을 만나 또 거의 죽을 고생을 하지만,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거의 넉달이 걸려 기적적으로 로마에 도착합니다.
사도행전 28장에 보면, 로마의 성도들이 소식을 듣고 바울을 맞으러 나왔다 합니다. 바울이 “그들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담대한 마음을 얻었다”(행28:15)고 합니다. 성경엔 이렇게 간단히 적혀 있지만, 이 순간 바울이 느꼈을 감사와 감격이 어떤 것이었을지, 우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후 바울은 로마에 이년간 머물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전했다 합니다.
분명히 하나님은 바울의 기도에 응답하셨지요? 바울이 로마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이게 어떻게 ‘좋은 길’이냐구요? 예, 아마 우리 중에 누구도 이런 길을 스스로 선택해 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부어지는 은혜 가운데 한걸음 한걸음 ‘가게 되는’ 것이겠죠. 그리고 지나고 나면, 그 길이 하나님의 ‘좋은 길’이었음을 고백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
이사야 55장 9절에서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바울이 간 길은 분명 편한 길도, 빠른 길도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가고 싶어할 만한 길도 아니었죠. 엄청나게 돌아가는 길, 고생스런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이 그 길을 가는 동안 하나님께서 일하셨습니다. 그 길 위에서 주의 복음이 전파되었습니다. 그 길에 서 있는 바울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그 길이 ‘좋은 길’이 아니었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나쁜 길로 인도하시지 않습니다. 그분의 길은 언제나 좋은 길입니다. 그 길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기도 가운데 우리 마음이 하나님과 함께 있다면, 머잖아 우리는 내 발이 그 길 위에 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삶을 위한 ‘좋은 길’,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물으신다면, 다음 성경구절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아시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말씀: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밤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하나님의 뜻에 이르려면 하나님의 뜻을 행하라!’ 무슨 선문답 같지만 이것이 진실일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 그것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그 다음 하나님의 뜻에 이르는 ‘좋은 길’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하나님을 향하고 있습니까? 하나님과 함께 있습니까? 하나님과 한마음을 품은 사람이 ‘하나님의 좋은 길’ 위에 설 것입니다. 지금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 하나님을 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그분의 가장 좋은 길이 열릴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기도하겠습니다.
사랑의 주님,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며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주님을 향하게 하시고, 주님의 뜻을 행할 준비가 되게 하셔서, 주님이 열어주시는 좋은 길로 나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