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23년 8월 6일)
- 누가복음 10장 38-42절
- 설교자: 류광현 목사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 눅10,38-42.docx
<누가복음 10:38-42>
38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39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40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41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42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성도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예수님 일행이 한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마르다라는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했습니다.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식사준비 때문이었을 겁니다.
마르다에게는 마리아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예수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마르다가 예수님께 말합니다: “주님, 제 동생이 저에게만 일을 떠맡기는데 이것을 보시고도 가만두십니까? 마리아더러 저를 좀 거들어주라고 일러주십시오.”
그러자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마르다가 못 할 말 했다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얼마든 할 수 있는 요청입니다.
오히려 동생 마리아에게 문제가 있다, 너무 철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반응이 의외입니다. 동생 마리아가 오히려 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좋은 편을 택하였다,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변화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언니 마르다 쪽이라 하십니다.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여기서 예수님은 단순히 염려하지 말고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일을 좀 줄여서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시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분주함과 염려와 근심 속에서 우리가 놓치곤 하는 중요한 한 가지를 일깨워 주시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나님 안에 거하는 복입니다. 바로 이것이 마리아가 택한 ‘좋은 편’입니다.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하나님을 향해 있고 하나님과 연결돼 있을 때 우리가 누리는 기쁨, 은혜, 감사, 평화, 자유, 만족, 사랑, 긍휼… 한 마디로 그것은 이 땅에서 천국을 사는 복입니다.
반대로,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분산되어 하나님에게서 멀어져 있을 때 우리가 느끼는 불안, 불평, 원망, 질투, 미움, 냉소, 교만… 한 마디로 그것은 이 땅에서 지옥을 사는 일입니다.
오늘 예수님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봅시다.
마르다처럼 마음이 분산되어 하나님의 생명에서 멀어져 있다면 마리아와 같이 예수님 발치로 나아가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르다와 같은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야말로 변화가 필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좋은 편을 택한 다른 이에게 제 입맛에 맞는 변화를 요구하기 쉽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는 입장이라면, 즉 마리아처럼 하나님 안에 거하는 복을 누리던 중에 거기로부터 이탈할 것을 요구받는 상황이라면, 오늘 본문의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무슨 뜻입니까? 내가 그 복을 소중하게 붙든다면 누구도 내게서 그것을 빼앗아갈 수 없으리란 뜻입니다.
- S. 루이스의 소설 <천국과 지옥의 이혼>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당신을 도울 수 있다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지옥까지라도 함께 가 드리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내 안에 지옥을 가지고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저는 거짓을 사랑할 수는 없어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지요. 저는 사랑이신 분 안에 있고, 절대 그 밖으로 나가지 않을 거에요.”
살면서 우리는 이 세상이 흑 아니면 백으로 확연히 나눠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 사람 안에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고, 한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선과 악도 확연히 구분되지 않으리라는 생각, 천국과 지옥이 얼마든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선과 악이 그렇게 쉽게 섞일 수 있는 것일까요? 악을 약간만 발전시키고 조정하고 다듬기만 하면 선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일까요? <천국과 지옥의 이혼>이라는 소설 제목이 암시하듯,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루이스는 말합니다. 악을 무위로 돌릴 수는 있어도, ‘발전시켜’ 선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이가 없느니라”(막10:18)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하나님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선하고, 등을 돌리고 있을 때는 악한 것입니다.
마르다와 마리아의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 발치에서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르다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대접하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분주함과 염려 속에서 마음과 시선이 분산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얼마 전 한 컨퍼런스에서 한 유대인 랍비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강의 시작 후 바로 얼마 안 돼서 그의 학식이 대단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한 분이 그에게 질문했습니다. ‘샬롬’이라는 말의 의미를 유대교에서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일단 그는 이 ‘샬롬’이란 단어가 단순히 ‘평화’라는 한 마디로 번역될 수 없는 모든 관계적 온전함의 상태와 관련이 있음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매우 인상깊은 한 마디를 덧붙였는데요,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샬롬은 한 마디로 하나님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하나님 계신 곳에 샬롬이 있다, 하나님만이 샬롬을 창조하신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아무리 고상하고 훌륭하다 해도 거기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샬롬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샬롬은 하나님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오늘 설교를 통해 제가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 필요하고 중요하다 생각되어 하는 일들, 또한 좋은 목적과 의도로 행해지는 고상한 일들, 그런데 거기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샬롬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도 바울이 ‘사랑’에 관해 말할 때 했던 표현 그대로, 거기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전13:3)
잘못된 길을 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다 멸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잘못된 길을 택했을 때에는 올바른 길로 돌아와야만 구원받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악을 발전시켜 선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지옥을 붙들고 있는 한 천국은 볼 수 없습니다. 천국을 받아들이려면 지옥이 남긴 아주 작고 소중한 기념품까지 미련 없이 내버려야 합니다.
예수님의 천국 비유가 이것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마14:44)
결국 발견의 문제입니다. 가장 좋은 것을 발견하면 이전에 좋던 것들은 빛을 잃는 법입니다. 천국을 발견한 사람은 그 가치를 인식하고 거기에 자신을 기꺼이 던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그 천국의 가치는 여전히 숨겨져 있습니다.
지난 주간에 한국에서 칼부림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 이 세상은 지옥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이 지옥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기에 그 사람은 그 일을 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에 선이 존재함을 믿습니다. 이 세상에는 지옥 속에서 남을 해하려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천국 속에서 남을 위해 자기를 내어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지만, 이 둘은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 어디에 속할 것인지를 매순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양보하면 안 될 것을 양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악인을 위해 악인이 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지옥에 있는 죄인을 위해 지옥을 내 안에 들이는 것은 사랑의 길이 아닙니다. 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 하였습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 사랑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내신 사랑, 죽음보다 강한 사랑입니다.
인생은 여정입니다.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 중에 우리는 천국을 경험합니다. 천국에 들어오라는 초청을 받고 천국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온전한 천국에 이르게 됩니다. 이 여행을 잘 마치고 마침내 샬롬 가운데 하나님 앞에 서게 된 사람들은 진심으로 말하게 될 것입니다: “선이 모든 것이며 천국은 어디에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잘못된 명제, 파국을 부르는 역명제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선하며 어디나 천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적으로 압니다. 모든 것이 선하지 않습니다. 어디나 천국도 아닙니다. 선과 악은 혼합될 수 없습니다. 천국과 지옥은 결혼할 수 없습니다. 선이 모든 것입니다. 하나님이 샬롬입니다. 그 하나님과 함께 있는 그곳이 천국입니다.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바로 이런 의미에서 천국은 어디에나 있다 할 것입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옵니다. 예수님을 위해 뭔가를 해드리고 싶은 좋은 마음에서 시작했으나 분주함과 염려로 마음이 분산되어버린 마르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마리아가 택한 좋은 편, 하나님 안에 거하는 복을 매순간 택하며 누리는 우리가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내가 그것을 소중히 붙드는 한 누구도 내게서 그것을 빼앗아갈 수 없으리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가장 소중한 이 한 가지를 붙들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