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21년 9월 12일)
- 누가복음 5장 1-11절
- 설교자: 류광현 목사
-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 눅5,1-11.docx
<누가복음 5:1-11>
1 무리가 몰려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새 예수는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서
2 호숫가에 배 두 척이 있는 것을 보시니 어부들은 배에서 나와서 그물을 씻는지라
3 예수께서 한 배에 오르시니 그 배는 시몬의 배라 육지에서 조금 떼기를 청하시고 앉으사 배에서 무리를 가르치시더니
4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5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6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7 이에 다른 배에 있는 동무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 하니 그들이 와서 두 배에 채우매 잠기게 되었더라
8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니
9 이는 자기 및 자기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고기 잡힌 것으로 말미암아 놀라고
10 세베대의 아들로서 시몬의 동업자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음이라 예수께서 시몬에게 이르시되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 하시니
11 그들이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성도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본문은 후에 베드로라 불리게 될 어부 시몬이 예수님을 따르게 된 사연을 전합니다. 그날 시몬은 허탈함과 피곤함 속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밤새 바다에 나가 수고했지만 아무 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와 그물을 씻는 중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그 텅빈 그물처럼 나의 인생, 나의 존재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들의 허전하고 막막한 느낌에 대해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은 어쩌면 그런 순간인지 모릅니다. 시몬의 배에 올라 무리에게 말씀을 전하시던 예수님이 돌연 시몬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깊은 데로 가라! 어디로 가라는 뜻일까요? 배를 바다 쪽으로 더 저어 가서 다시 어망을 내려보라는 뜻일까요? 예, 물론 그 뜻이 있었을 것입니다. 시몬은 그런 뜻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요? 후에 다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일단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봅시다.
시몬은 그 말씀에 순종합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그 예수님 말씀이 그가 이제껏 생각해보거나 시도해보지 못했던 획기적인 아이디어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예수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밤새 수고했다 합니다. 그런데 깊은 데서는 그물을 안 내렸을까요? 내렸겠죠. 이미 전날 밤에도 그들은 깊은 바다에 나가 수차례 그물을 내렸을 것입니다. 얕은 곳에서만 그물을 내려 고기를 못 잡은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몬이 예수님 말씀을 따라 다시 깊은 바다로 나가 그물을 내렸을 때 그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신나서 정신없이 끌어올렸겠죠. 배 두 척이 다 물고기들로 가득차 잠길 지경이 되었다 합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오늘 본문은 실패와 낙심 속에 있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통해 놀라운 성취와 희열을 경험하는 이야기, 역시 하나님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분이며 믿는 자에겐 능치 못함이 없음을 교훈하는 이야기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내용, 이 만선의 기적을 통해 예수님께서 사실상 의도하신 바가 그 뒤에 나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시몬의 눈이 열리는 사건, 마음이 새로워지는 사건, 그리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따라가는 사건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 지점이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가라 하신 ‘깊은 데’가 아닐까 합니다. 갑자기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 무릎 아래에 엎드리며 말합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입니다” 왜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더 깊이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 둘 사이의 무한한 질적 차이를 인식한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 Catching people, 바다에서 물고기 잡으며 살던 그를 이제 주님께서 사람을 건져내는 일, 사람을 구원하는 일로 부르신다는 것입니다.
다른 복음서에서는 이 부분을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사명의 자리, 사람들을 하나님 나라에로 인도하는 제자의 삶, 이 또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가라 하신 ‘깊은 데’일 것입니다.
시몬과 그의 동료 야고보와 요한의 반응이 11절에 나옵니다. “그들이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많이 잡힌 물고기, 또 그들의 보물1호이던 배는 더이상 그들의 관심이 아닙니다. 이제 그들의 마음은 예수님과 그분의 부르심에 집중됩니다.
이 상황이 참 흥미롭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엄청난 물고기를 낚았어요. 지난밤 그토록 얻으려 했으나 얻을 수 없었던 것이었죠. 그런데 이제 그것들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왜죠? 그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분을 만났고, 놀라운 세계를 경험했으니까요!
더 가치 있고 좋은 것을 제대로 맛보고나면 그보다 못한 것들에 대한 집착과 욕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법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런 것이죠. 예수님이 그런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자유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이 하나님 나라의 맛, 복음이 주는 자유와 기쁨, 그 안에서 누리는 삶의 보람, 이 또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가라 하신 ‘깊은 데’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저 시몬에게 한번의 성공을 안겨주시려고 그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하신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예수님에겐 불가능이 없고 믿는 자에겐 능치 못할 일이 없음을 알려주시려고 그 기적을 행하신 것이 아닙니다. 시몬이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더 깊은 세계를 맛보고 그리로 나아가게 하시려고 그 말씀을 통해 그를 초청하신 것입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이 말씀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예수님 말씀에 순종하면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잘 이용하면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얕은 유혹의 말이 아닙니다.
물론 베드로는 그 말을 단순히 깊은 바다로 나가 다시 그물을 던지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순종했을 것입니다. 그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었죠. 결코 결과를 예측하고 한 순종이 아니었으니까요. 자기 경험과 신념 대신에 철저히 예수님 말씀에 의지해 내딛은 믿음의 한 걸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믿음의 한 걸음이 놀라운 새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혔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그 한 걸음이 있었기에 그는 놀라운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고,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에 기쁨으로 응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은 우리를 깊은 데로 나아가도록 부르십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으로 부르십니다. 그것이 물고기 잡는 일이 됐든, 다른 어떤 일이 됐든, 그 일이 주위에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세상 모든 일이 주님 안에서 고귀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의 맥락에서 우리는 ‘얕은 데서 그물을 내리는 삶’과 ‘깊은 데서 그물을 내리는 삶’을 구분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고기 잡는 일 자체는 전혀 비천한 일이 아니지만, 수입원으로서의 물고기만 생각하며 사는 삶은 비천합니다.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일 자체는 비천한 일이 아니지만, 자기 명성을 추구하는 설교자의 삶은 비천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서 사람 낚는 어부로 살길 바라십니다. 예수님처럼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복음의 그물을 내리며, 그들을 하나님 나라에 들어오도록 초청하는 삶을 살길 바라십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먼저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님은 전에 시몬 베드로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에게도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툭 제안하실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 일은 전날 밤새 그물을 던졌던 곳으로 다시 나가 또 그물을 던지는 일 만큼이나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이 주님의 말씀이라는 이유로 순종한다면, 그 작은 믿음의 한 걸음을 통해 어쩌면 주님은 우리 스스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었을 놀라운 자리, 하나님 나라의 깊은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결단 속에서 새 일을 시작하신 분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일을 꿈꾸며 계획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좁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우리 주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깊은 세계로 우리를 초청하십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사랑의 주님, 당신은 깊은 은혜의 바다입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당신의 말씀을 잘 듣고 순종하며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을 깊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