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20년 12월 27일)
- 창세기 19:17-22,30-33, 누가 10:38-42
- 설교자: 류광현 목사
-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 창19, 눅10 - 20201227.docx
<창세기 19 : 17-22, 30-33>
17 그 사람들이 그들을 밖으로 이끌어 낸 후에 이르되 도망하여 생명을 보존하라 돌아보거나 들에 머물지 말고 산으로 도망하여 멸망함을 면하라
18 롯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 주여 그리 마옵소서
19 주의 종이 주께 은혜를 입었고 주께서 큰 인자를 내게 베푸사 내 생명을 구원하시오나 내가 도망하여 산에까지 갈 수 없나이다 두렵건대 재앙을 만나 죽을까 하나이다
20 보소서 저 성읍은 도망하기에 가깝고 작기도 하오니 나를 그 곳으로 도망하게 하소서 이는 작은 성읍이 아니니이까 내 생명이 보존되리이다
21 그가 그에게 이르되 내가 이 일에도 네 소원을 들었은즉 네가 말하는 그 성읍을 멸하지 아니하리니
22 그리로 속히 도망하라 네가 거기 이르기까지는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노라 하였더라 그러므로 성읍 이름을 소알이라 불렀더라 (…)
30 롯이 소알에 거주하기를 두려워하여 두 딸과 함께 소알에서 나와 산에 올라가 거주하되 그 두 딸과 함께 굴에 거주하였더니
31 큰 딸이 작은 딸에게 이르되 우리 아버지는 늙으셨고 온 세상의 도리를 따라 우리의 배필 될 사람이 이 땅에는 없느니
32 우리가 우리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동침하여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후손을 이어가자 하고
33 그 밤에 그들이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큰 딸이 들어가서 그 아버지와 동침하니라 그러나 그 아버지는 그 딸이 눕고 일어나는 것을 깨닫지 못하더라
<누가복음 10 : 38-42>
38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39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40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41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42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성도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0년의 마지막 주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힘들었던 2020년이었기에 얼른 떠나보냈으면 하는 마음일 수 있지만, 새해 새로운 걸음을 위해서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2020년 우리 공동체 주제말씀은 누가복음 10장 38-42절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말씀과 함께 한 해를 시작했지만, 까맣게 잊고 지냈던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역시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 다시 이 말씀을 떠올리니, 올해 이 말씀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우리는 좋든 싫든 마리아가 되어야 했습니다. 마르다처럼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분주함 속에 움직인다고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도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다, 잠시 멈추고 내 옆에 그냥 앉아 있어라” 어쩌면 주님은 이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그렇게 말씀하고 계셨는지 모릅니다.
오늘 구약의 본문에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이 극에 달하여 하나님은 그 지역을 심판하기로 결심하십니다. 암행어사처럼 나그네의 모습으로 그 땅에 들어간 천사들은 거기서 의인 열 명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생각하셔서 롯의 가족에게 자비를 베푸십니다. 작정된 심판의 순간을 앞두고 천사들은 롯에게 가족들을 이끌고 산으로 도망해 멸망함을 면하라 말합니다.
그러자 롯이 간청합니다. “저 산까지 가다가 중간에 재앙을 만나 죽을까 두렵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저 곳에 작은 성읍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로 도망하여 피하면 안 될까요?” 천사는 허락합니다. 그 부탁마저 들어줍니다. 원래 그 성읍도 멸할 계획이었지만 롯을 생각하여 그 성읍은 멸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 성읍의 이름은 소알이었습니다. 롯의 가족이 소알에 들어간 후 하나님께서 유황과 불로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십니다. 롯과 그의 두 딸은 가까스로 심판을 면했지만,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아 소금 기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30절에 보니까, 그 후 롯은 다시 두려움 때문에 소알에서 나와 두 딸과 함께 산으로 올라갑니다. 무슨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도망자 신세로 동네에 들어온 낯선 자들을 그 소알 사람들이 환대했을 리 없습니다. 거기서 롯은 비참함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산으로 도피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산 속 굴에서 아버지와 함께 머물며 두 딸은 생각합니다. 이제 우린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살긴 글렀다. 아버지에게 술을 먹여 동침하고 후손을 이어가자. 악한 소돔 사회 속에서 롯의 딸들이 그간 무엇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온 세상의 도리를 따라” – 그들은 계획한 일을 실행합니다. 그러나 아버지 롯은 그 벌어지는 상황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합니다. 아직도 깨어있지 못한 모습임을 봅니다.
이 롯의 비극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길, 인생의 second chance, 그의 삶이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없었던 것일까요?
만약 롯이 처음에 천사들이 지시한 대로 산으로 도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랬다면 그는 높은 산 위에 올라 두 딸과 함께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해가는 모습을 온전히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잘못된 일들의 결국을, 다시는 가선 안 되는 방향을, 그 일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며, 다시 그들은 하나님의 의로운 길을 향해 돌아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들은 거기까지 갈 수 없었습니다. 그 두려움의 상황이 길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그 산에 가면 끝장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한 때 잠시 거주한 적 있었던 저 소알이라면 그래도 좀 살 만 하지 않을까 싶어 그리로 가고자 했던 걸까요?
진정한 회개, 근본적인 마음의 방향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새로운 땅에 들어서면 다시 생존의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부각됩니다. 소알에 들어가자마자 롯은 다시 그곳에 비비고 들어가 살 일을 걱정해야 했을 것입니다. 저 멀리 소돔과 고모라에서 멸망의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어렴풋이 보면서도, 곧이어 시선이 분산되며 마음이 다시 염려와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알이 롯의 가족을 대한 방식은 소돔이 천사들을 대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롯은 더이상 견딜 수 없었고, 결국 두려움 속에 산으로 도피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 용기 내어 산으로 가지 못한 결과로 이처럼 뒤에 쫓기듯 산으로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늘 우리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우리는 천사가 롯에게 지시한 바와 같이 그간 살아온 자리, 살아온 방식에서 멀리 떠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전에 있던 자리에 계속 있을 수는 없습니다. 롯의 아내처럼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단 그 죄악과 멸망의 땅을 벗어나야 합니다. 두려워도 저 멀리 산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새로운 시작이 가능할 수 있는 그곳까지 마음 굳게 먹고 달려가야 합니다. 산 꼭대기에 올라, 그 새로운 지평으로부터 내가 떠나온 세계의 실체와 그것의 파국을 온전히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납니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가 비로소 분명해집니다. 그러지 않고 내 경험에 의지해 그저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 한다면, 종내 다시 두려움에 사로잡혀, 세상의 흐름에 이리저리 떠밀려다니는 인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사람들 사이로 보내시지만, 그 전에 먼저 그들을 당신 앞으로 부르십니다. 우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여호와이레,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
그렇습니다. 지금은 산으로 가야할 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나를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지평에서 모든 것을 새로 보아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산에서 새롭게 준비되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라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임재를 사모하며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일, 이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하려는 마음, 더 많이 하려는 마음, 잠시 내려놓고, 주님의 마음과 뜻에 내 마음과 뜻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일로부터 우리 삶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요? 첫 단추를 잘 꿰야 그 다음 수고가 의미있는 일이 되듯이, 지금 이 일을 잘 할 때 우리가 앞으로 하는 일들이 진정 의미있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요1:4) 우리와 함께 있기 원하셔서 손님으로 오신 예수님을 홀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15:5)
사랑하는 여러분, 끝까지 한번 달려가보시면 어떨까요? 소알을 너머 더 멀리, 천사가 지시한 그곳까지, 예수님의 발치, 그리고 예수님 마음 깊은 곳까지, 끝까지 한번 달려가보시면 어떨까요?
당황스럽고 힘들었던 2020년이 저물어갑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 초유의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불운을 말하고 또 불행을 말할지라도,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는 믿습니다. 지금 여기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그리고 하나님의 산에서 준비되리라는 것을. 우리 가까이로 오신 주님 안에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올 한 해 주셨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마리아처럼 우리도 생명의 말씀이 들리는 주님의 발치를 사모하게 하시고, 주님 부르시는 자리로 나아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준비되게 하여 주옵소서. 임마누엘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