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개혁교회와 예배의식

체코개혁교회와 예배의식(1998년 9월)
    – 동유럽 단기선교 연수를 마치고 방문한 학생들과 만난 후

한번은 모선교단체의 젊은이들이 방학동안에 단기선교연수로 동유럽 여러나라에 흩어졌다가 체코에서 모여 세미나와 평가회를 갖고 나를 찾아온적이있다.  나는 그들이 동유럽 교회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지 궁금해서 먼저 짧은 기간이지만 보고 느꼈을 젊은이들의 경험을 경청하였다.  대체로 공통되는 의견은 체코교회는 예배가 은혜스럽지 못해 교회가 성장하지 못할것 같다는것이다.

예배가 교회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그들의 생각과 전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는 교회에 까지 고민없이 자신의 사고로 잣대를 대는것은 우리 목회자들의 생각을 반영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교회성장을 위해 최근 교회들이 예배의식에서 부터 예배당 시설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나 정보로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여러매체를 통해 이 외국에서 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변화가 목적을 갖든지 아니든지, 또는 의식적이든지 무의식적이든지 변화는 늘 있어왔다.  중요한것은 전통의 계승과 창조의 조화가 있는 변화를 올바른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계승할 내용에 관해서 숙고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점이다.  그래야 창조와 적용이 올바른 방향을 가질 수 있기때문이다.

이러한 면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체코개혁교단의 동역 목회자로 일하면서 느낀 체코개혁교회와 예배의식에 대한 소감을 피력하고자 한다.  체코개혁교회의 예배의식은 한마디로 요약해서 자신의 교회의 역사적 의미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15,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을 단지 카톨릭과 개혁파들의 종교분쟁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종교개혁의 역사적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다시말해서 당시 종교개혁은 곧 사회개혁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자유로이 그리고 이해되도록 체코어로 선포할것과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양종의 성찬을 나눌것, 사제나 감독은 세상의 권력을 포기할것, 그리고 성직자도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을것 등을 주장한 체코종교개혁은 당시 전 유럽의 교회와 국가 권력으로 부터 반대를 받았을 만큼 중세사회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개혁의 역사적 경험들이 검소하며 절제되어있고 말씀을 강조는 현재 체코교회의 예배의식과  당시 반개혁의 상징이었던 십자가대신 사용되는 성경책과 성찬잔의 교회의 상징물과 설교단을 정면 한 중앙에 배열하는 예배당 시설등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예배순서에서 예배의 부름, 파송의 말씀, 그리고 축도는 목회자의 미사여구 없이 성경의 본문을 그대로 인용해서 선포한다.  이때 성도들은  모두 일어서서 그 말씀을 경청한다.  성경본문을 그대로 인용하는 축도를 할때마다 “찌어다”와 “축원하옵나이다”의 논쟁이 있었던 우리교회가 생각난다.  설교단의 배치는 체코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된  후스가 설교했던 베들레헴 채플에서 그 원형을 볼 수 있다.  베들레헴 채플은 카톨릭 예배당으로 오직 말씀만 선포되었던 곳이다.  이 예배당은 다른 카톨릭 교회건축양식과 다를 뿐아니라 제단을 놓을 자리에 설교단이 차지하고 있다.  이 채플을 체코개혁교회가 예배당의 전형으로 삼고 있다.  예배당 양식까지도 말씀을 강조한 자신의 교회역사와 접목되어있음을 엿볼수있다.

성찬예식은 특별한 절기를 제외하고 한달에 한번있다.  체코교회에서 재미있게 느낀것은 예배의 모든예식은 안수받지 않은 목회자(신학생, 전도사), 장로 누구나 집례가 가능하다.  설교도하고 축도도 한다.  그러나 성찬예식 만큼은 반드시 안수받은 목사가 집례하게 되어있다.  1415년 후스의 화형의 불씨는 체코종교개혁의 불길을 일으켰고, 1781년에 비로소 그들은 자신의 교회를 세울 수 있는 종교의 자유를 얻었다.  카톨릭의 박해 아래서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억하면서 자신들의 일용할 양식, 호밀빵을 나누며 서로 격려와 기도로 믿음을 키워온 체코개혁교회 교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얻어 자신들의 손으로 지은 예배당에서 카톨릭에서 사용되는 웨이퍼(얇게구운하얀색의 과자)대신 고난과 죽음속에서 믿음과 사랑을 키워온 자신들의 양식, 거칠고 거무스름한 호밀빵을 들고 참례했던 그들의 첫번째 성찬예식을 나는 성찬을 집례하거나 참례할때마다 상상해보려고 노력한다.  “진리를 가르치고 배우고 죽기까지 지키기”(후스의 어록에서) 위해 자신의 조상들의 고난과 피흘린 역사가 담겨있는 호밀빵앞에서 화체냐, 영적임재냐, 기념이냐 라는 신학논쟁은 한뼘의 마음장난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나는 우리한국교회가 역사와 문화의 배경을 전혀달리하는 체코개혁교회의 예배의식을 그대로 모방해야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역시 칼빈의 종교개혁이 전통에 서있는 장로교회로
서 죽기까지 진리를 지켜온 역사적 경험과 예배의식이 상호작용되어 오늘도 개혁교회로서 전통을 잇고있는 체코교회를 보면서 우리가 계승할 내용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숙고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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