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영화 “군청색의 세계”
나눔터 제 18호 (2001/ 10/ 01 발간)
영화 꼴리야 그리고 가공의 인물을 극화한 찌므르만 코메디 시리즈의 배우 즈데녝 스비에락은 체코인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인물이다. 그의 아들 얀 스비에락은 현재 젊은 영화감독으로 아버지 못지않은 대중성을 갖고 있다.
아들 스비에락이 제작한 “군청색의 세계”는 월별 관람객을 기준으로 하는 체코 극장가의 흥행 기록을 연일 새롭게 갱신한 화제의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지않고 체코인들과의 대화에 동참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의 내용자체가 체코인들 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사적인 소재거리로 풍부하다.
이 영화의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군청색”은 체코 파일럿을 의미한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에게 체코는 별다른 저항 없이 항복하자 나라와 자신의 비행기를 잃은 파일럿들을 징병하여 히틀러와 대항하는 영국의 한 기지에 몇몇 체코 파일럿들이 모인다. 그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영국의 전쟁 미망인과의 사랑, 전우의 의리, 목숨을 건 독일군들과의 전투를 잔잔 하면서도 매우 재미있게 그렸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돌아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체코 파일럿을 사랑했던 영국 여인의 모습, 그러나 그 여인과 헤어져 체코로 돌아온 파일럿을 기다리던 것은 일상의 삶이 아니었다. 이미 결혼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사랑했던 옛 애인과 1948년 공산혁명이라는 대 변혁의 삶이었다. 그는 나라와 정의를 위해 싸운 보람도 없이 집단 수용소에 갇혀 노동과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전쟁은 끝나도 약소국들은 여전히 강대국의 전리품으로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고있다. 주인공인 한 체코 파일럿이 수용소 병실에 누워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영화의 내용은 전개된다.
이 영화 속에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프라하 8 – 꼬빌리시 이야기가 나온다. 앞 길 전차 다니는 큰 거리 이름이 “스트제리츠나” 이다. “스트제리츠나”는 형용사로 동사는 “스트제리트” 로 “(총을)쏜다” 는 뜻이다. 미루어 짐작해서 이전에 “사격장”이 이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했었는데 영화의 이야기 속에 히틀러 당시에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 “사형장”이 있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약 석 달간 사형을 당해 죽어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 거리를 “스트제리츠나”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류의 재앙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현장 보다 더 떨리던 것은 그 현장을 매일 지나 다니면서도 인류 재앙의 과거 역사 그리고 강대국들의 제국성을 잊고 사는 나 자신에 대해서 이다.
이 종실 / 나눔터 발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