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한국어 사전을 손에 들던 날
체코 한국어 사전을 손에 들던 그 날 나는 흥분하였다.
체코 한국어 사전편찬은 2004년을 체코한인이주의 역사의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문자의 사용이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의 분기점이 되듯이 체코어 한국어 사전의 편찬은 체코한인이주의 새 역사, 새 시대를 가져올 역사적인 사건이다. 한 페이지의 글을 읽기 위해 수없이 체코 영어 사전을 찾고 다시 영어 한국어 사전을 찾으며 앞뒤 단어를 이리 저리 꿰어 맞추어 암호 해독하듯 읽던 시대를 마감하였다.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 것도 힘든데 그것을 또 다른 나라 말로 배워야 하는 것은 이중 삼중의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고역을 견디며 좌절감, 모멸감을 한 번이라도 느껴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존경할 일이다. 체코의 한국인들이 두고 두고 기념할 일이다. 사전 머리말에 저자는 이 사전을 “12년 동안 끊임없이 준비하였다”고 밝혔다. 12년의 세월동안 그녀는 아기를 낳아 기르며 또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이 사전을 만들었다. 이 사전은 단지 사전의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체코의 이민사회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 길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12년간의 노고는 무엇인가 빨리 이루어보려는 우리의 조급성을 타이른다. 아는 것 만큼 보게 되고 일하게 된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결과가 사전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문화와 언어와 사회적 관습이 전혀 다른 체코에서 이주하는 우리 한국인 모두가 깊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조급히 무엇인가 이루고 성취하기 위해 바늘 허리에 실을 매는 어리석은 시도는 자신을 힘들게 할 뿐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한인사회를 더욱 어지럽히고 고통스럽게 한다.
사전 편찬을 준비하는 12년의 세월동안 수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을 많은 고초와 난관들이 있었을 것이다. 한때 건강도 잃으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속한 체코의 한인사회에서 사전편찬을 자신의 사명”으로 알았다. 체코어를 배우려는 한국인들을 위하여 한국어를 배우려는 체코인들을 위하여 더 나아가 “상호 정확한 의사소통이 양 국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에 걸친 공식 비공식의 교류와 왕래를 더 긴밀하게 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어떠한 고초와 난관도 극복하고 결국 사전을 편찬하게 되었다. 우리 체코의 한인사회가 이처럼 자신의 본분과 사명감을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모든 분야에 이토록 자신이 이루고 있는 사회에 대한 사회의식과 사명감 더 나아가 철저한 애국 애족의 정신을 가진 이들이 많아져야 우리는 서로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를 그치고 서로 행복을 가꾸며 살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 말미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아직도 미진한 점과 오류가 많다”고 고백하면서 “선후배 여러분들의 칭찬과 격려 그리고 지도와 편달”을 부탁하였다. 시작은 하였지만 선배와 후배 그리고 독자들에게 사전의 완성은 함께 이루어가자는 겸양의 미덕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 같지만 감추고 연약한 것 같지만 강함이 그녀와 많지않은 만남에서 늘 느껴졌다.
길 없는 곳에 길을 내나 그 길을 차지하지 않고 밝은 빛을 발하나 스스로 빛남이 없는 흠모할만한 인생을 추구해가는 그녀에게 우리 모두가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사전편찬을 계기로 자신을 내어주고 타인에게 크게 유익을 주는 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래서 그녀와 프라하 하늘을 같이 공유하고 있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목사 이 종 실 (나눔터 발간인, 프라하 꼬빌릿 한인교회)
(Česko-korejský slovník 체코-한국어 사전, 저자 박미영, 출판 Olomoc 2004년, 780쪽)
나눔터 9호(36호) 2004년 10월호 살며생각하며
저희 사촌 누나이지요.
언제나 자랑스럽습니다^^
목사님 박미영씨의 체한사전을 찾아봤는데…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시판이 되지 않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