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유럽선교연구센터 출범과 그 소회
1월 23일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감격과 흥분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와 한국 기독교인들이 이해하는 선교란 눈에 드러나는 어떤 활동들을 수반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역사가 천년이 넘고 기독교를 국교로 삼고 종교개혁을 하며 복음을 위해 목숨도 바쳐보고 심지어 기독교를 부인하기도 하는 사회주의를 경험하였고 그리고 기독교를 거부하는 이들과 대화를 하며 사회주의 안에서 기독교 교회를 새롭게 건설해 보려고 노력한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우리 한국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선교현장입니다. 그들을 배우고 따라가기에도 버거울 만큼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그들 속에 들어가지 않고는 그들의 생각의 뿌리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3년간 저의 삶은 날마다 희망과 좌절이 교차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선교적 경험이 있고 한국교회의 선교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선교 동원가들도 이 현장을 보고 설명을 듣고서야 제가 고민하고 씨름하는 선교가 무엇인지 이해할 정도이니 다른 일반 목회자와 교인들이 저의 선교활동을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현지교회와 함께하고 그들을 열린교회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왜 외국 선교사 목사가 해야되며 그것이 왜 선교인가? 쉽게 납득이 가지않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천년의 기독교 역사를 이해해야되고 사회주의의 경험을 이해해야되고 교회와 국가의 특수한 관계를 이해해야하고 그로 인해 형성된 체코 슬로바키아 교회들의 특성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체코 슬로바키아 선교의 방법이 현지교회와 함께 해야되고 열린교회로 만드는 작업이 체코 슬로바키아 선교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은 너무나 길고 긴 시간과 열정을 요구합니다.
그동안 수없이 체코와 슬로바키아 교회를 향해 선교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확신에 차서 들었던 깃발이었습니다. 그러나 광야에서 저 홀로 든 깃발이었습니다. 수 없이 깃발을 들고 설명도 하였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뒤 돌아보면 제가 들었던 깃발들은 체코 슬로바키아 사회와 교회를 점점 이해해가는 과정이었을뿐 이 땅을 향해 들 수 있는 깃발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절묘하게 저를 움직여가셨습니다. 결정적인 것이 제가 의지하고 소망이었던 삐섹의 호이까 목사님과 꼬빌리시의 슈토렉 목사님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저는 크게 좌절하였습니다. 내가 들어 올렸던 선교 깃발을 진심으로 이해 할 수 있는 두 분이었습니다. 저의 인생 모두가 그 속에 생명을 잃어 소생할 수 없는 절망으로 버려져 있었습니다. 이 좌절을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두 분이 계시지 않았기에 저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교회와의 협력 선교 방식을 접고 다른 방식을 택하든지 아니면 이 방식이 옳다면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중앙유럽선교연구센터가 태동한 것입니다. 함께 일할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찾았습니다. 선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깃발을 들었습니다. 슬로바키아에서 까뜨까 수하 목사, 밀란 유릭 교수가 동참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체코교회협의회 회장이 참여하였습니다. 그 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놀라울 뿐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자 마자 그 날 밤 참석자들 모두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존경하는 중선연 동지들에게, 오늘 모임에서 협력의 희망을 보았고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제가 첨부한 짧은 글 체코교회의 선교의 모습에 대해 여러분들의 피드 백은 제 소중할 것입니다 파벨 체르니>
그 분이 자신의 교단 전도와 선교 총무를 모시고 왔습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참여를 원하는 관심있는
분들이 더 계십니다. 이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나아갈 것입니다. 제가 용기를 잃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꼬빌리시의 우리 교우들이 기도와 함께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지면을 빌려 감사를 드리면 앞으로도 계속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사역은 모든 선교활동들을 담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 선교사가 일하다가 떠나면 없어지는 그런 일이 아니라 체코 슬로바키아 동유럽 교회들의 역사에 남을 그런 사역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모든 영광과 감사를 우리 하나님께 올립니다. 할렐루야! (이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