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솨바를 다녀와서

DSC02674

왕복 1450키로미터 약 18시간을 운전하였습니다. 작년 6월 말에 다녀온 후 거의 1년만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동쪽 헝가리 국경을 옆에 끼고 북쪽으로 뻗어 나가는 75번 국도를 벗어나 옐솨바 방향으로 접어들면서 작년에 마을마다 마치 폭격을 맞은듯 구멍이 뻥뚤린듯 창문이 통채로 달아라 없어지고 지붕의 기왓장이 사라져 버린 집들이 군데 군데 있었는데 금년에는 많은 집들이 보수되어 창문도 있고 지붕의 기왓장이 없는 집은 없었습니다. 죽은 듯이 조용한 도로들에 트럭들이 자주 다니고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가끔 경찰들도 지나가는 차들을 세우고 검문을 하는 풍경이 작년과 달랐습니다. 작년에 경제성장률이 9%라는 말이 실감이 갈 정도로 일년 만에 자동차 창밖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니즈께 따뜨라 산자락은 어머니의 치맛폭 처럼 아름답고 푸근하였습니다. 언덕길을 올라가면 형형색색의 초록빛 물결의 파도가 넘실대듯 달려오는 저 아래 들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언덕길을 내려가 들판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면 집시 아이들이 삼삼오오 때로는 수 십 명이 무리를 지어 큰길에서 모여 놀고 있습니다. 이 지역 마을에서 밤길을 운전할 때 반듯이 도로 차선을 무시하고 중앙선으로 가라는 이반 보이나 목사의 충고가 생각 났습니다. 집시들은 리어카를 끌고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또는 걸어서 술이 취한 채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걸어 다니기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화요일 오전 8시에 출발해서 박성곤 선교사님이 사역하는 꼬마르노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해서 저녁 9시가 되어 옐솨바에 도착했습니다. 이전 러시아 군대 장교 숙소였던 곳을 현재 옐솨바 시에서 운영하는 펜지온(여인숙)에 숙소를 정하였습니다. 옐솨바 교회 수석 장로님이 옐솨바 시장이기에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여 주셨습니다.

다음날 교회당 옆에 있는 사택에서 이반 보이나 목사님이 정성껏 차려준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옐솨바 교회는 14세기에 설립되었고 16세기 재카톨릭으로 개혁파들이 교회에서 모두 쫒겨나고 18세기 관용의 시대때 마을 어귀에 단순한 교회당을 세워 증축 보수 재건축 등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 현재의 교회당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교회당 뒷쪽에는 18세기에 교회가 세운 학교건물이 아직도 남아 그 당시 교회의 부흥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학교건물은 완전히 낡아 무너지기 직전이고 아름다운 역사적인 교회당도 곳곳에 습기가차 건물이 썩어가고 있고 그나마 겨울에는 난방을 할 수 없어 사용조차 못하고 심지어 교회가 가난해서 겨울에는 보이나 목사님이 사택 방한 개만 난방을 하고 다른 모든 곳은 난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너져 가는 교회당과 그 부속 건물들은 점점 무너져 가는 슬로바키아 루터교회 모습, 더 나아가 유럽 교회의 모습, 유럽 기독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침대 하나 입고 있는 양복 한 벌 그리고 목사 가운 하나 외에 아무것도 없는 방과 그의 헤어진 구두를 보면서 함께 간 아내는 눈물을 계속 닦고 있었습니다. 이곳 옐솨바와 그 인근 지역의 그의 사역은 이미 말씀 드린대로 집시들을 위한 목회였습니다. 특별히 이반 보이나 목사님은 집시 사역을 위해 집시 어린이 사역을 가장 중요하게 그리고 현실적인 접근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엘솨바의 두개의 학교를 이번 방문에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는 특별학교였고 다른 하나는 일반 학교였습니다.

특별학교는 학습부진 학생들을 모아 특별지도를 하는 학교입니다. 1학년 부터 13학년까지 한반에 최대 10~12명이 넘지 않으며 숫자가 적은 반은 학년을 묶어서 합반을 하게 됩니다. 슈하이 요셉 교감 선생님의 인도로 1학년과 2학년이 합반을 하는 반에 들어가 수업을 지켜보았습니다. 전학년 모두 150명이며 이가운데 백인 학생이 단 두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집시학생들이었습니다. 교사와 직원이 모두 27명이었습니다. 학교는 시소속이고 선생님들은 빤스까 비스트리쩨 지역에서 파견된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선생님들로 부터 일반 교육을 받지만 특별히 담배와 술과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서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가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고 교감 선생님은 말씀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이미 학교에 입학하기전 유치원 다닐 무렵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학교 복도 게시판에 학생들이 그린 금연 금주 마약중지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약간 떨어져 있는 9년제의 일반 초등학교를 다녀왔습니다. 각 학년은 모두 세 반으로 나뉘어졌는데 반편성은 일정한 학습능력평가 시험의 성적순으로 하였습니다. 성적이 상위그룹은 주로 백인 학생들이었고 중간 그룹 반은 보지 못했고 하위 그룹 반은 완전히 집시학생들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차별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도샨 미아리데스 교장 선생님은 이반 보이나 목사님이 시무하는 옐솨바 교회 장로님이셨습니다. 꼬마르노의 박성곤 목사님의 두 자녀가 꼬마르노의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 학교역시 집시학생들과 일반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하는데 반편성을 시험 성적순으로 하지 않지만 엄격한 낙제제도가 있어 성적이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은 진급이 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대부분 집시들이라고 합니다. 옐솨바 초등학교 도샨 미아리데스 교장 선생님도 대부분 집시학생들은 6~7학년에서 학교를 그만둔다고 합니다. 간혹 상급학교를 진급할 만한 집시학생들이 있지만 상급학교는 이웃 대도시로 통학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로 모두 상급학교진학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두 학교를 방문하고 이반 보이나 목사님이 왜 집시 어린이 사역이 그에게 중요한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들을 중심으로 집시들이 하나님의 창조의 모습을 회복하는 사역에 교회가 함께 해야 할 많은 분야들이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섣불리 접근하기 보다 좀 더 치밀한 준비를 필요로 하고 있기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이번 옐솨바 방문은 무엇보다 이반 보이나 목사님이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곳에 남아 집시들을 위한 목회자로 남아 일할 수 있도록 그를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많은 과제들이 있지만 한가지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과제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현재 옐솨바를 중심으로 인근 20키로미터 지역 6개 교회를 돌보고 있는데 한 교회 외에는 다른 교회에 교인들이 집시들이 교회에 오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백인 교인들의 입장이 되어보면 그들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교단은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여 집시선교를 위해 지원하지 못하지만 집시사회를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는 막대한 사회복지 지원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 그래도 형편이 괞찮은 집시 교인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집시들은 그나마 그 실업 수당마저 받을 수가 없어 전기와 물이 없는 움막에서 집단주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옐솨바 교인인 이들 집시 교인들은 주민등록이 되어있어 현재 월 5천 꼬룬 실업수당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란히 집 세 채가 있는데 한집에 세 가구(가정)가 살고 있습니다. 방 한 개 부엌 하나인데 각각 1.5평정도 였습니다. 수도와 전기 그리고 개스 시설은 있지만 화장실은 집밖에 판자로 지은 재래식이었고 하수도 시설이 없어 모든 생활하수가 집밖 마당으로 흘러나와 큰길 가로 조그마한 개울물을 이루고 흘러내려갔습니다. 하수구 냄새가 진동을 하고 파리들이 들끓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은 가족들이 학교나 직장에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집에 있었습니다. 아무도 일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반 보이나 목사님은 이러한 교인 가정이 모두 약 30가정이 된다고 합니다. 이들 가정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을 백인
교인들이 원치 않고 있어 목회자가 이들을 방문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만해도 집시 교인들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목회였습니다. 이반 보이나 목사님이 집시 가족들을 방문하면 아이들이 반가워하여 그에게 안기고 다리를 붙잡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집에 돌아오면 그들로 부터 몸에 이가 옮아오게 됩니다.

이반 보이나 목사님은 이들을 위해 순회가정예배를 드리기를 원하였습니다. 현장을 보니 매우 시급하고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사역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이 순회가정예배를 한주일에 한번 드리기 위해 자동차 연료비를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낡았지만 교회 소유의 목회자를 위한 차량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료비 지원의 액수와 지원방법은 직접 지원하는 방식과 슬로바키아 교단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 또는 옐솨바 교회로 지원하는 방식 등이 있는데 일단 슬로바키아 비숍 클라딕 목사님과 의논을 하려고 합니다. 만약에 이 사역에 대한 지원이 구체화되면 저는 적어도 3개월에 한번씩 이반 보이나 목사님을 방문하여 그를 격려하고 그의 사역 현장을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방문을 하면서 축구공 3개 배구공 3개 그리고 이 박멸 스프레이 9통을 구입하였고 박성곤 선교사님이 학용품 두 박스를 준비해서 선물로 전달해 드렸습니다. 먼 길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ubscribe
Notify of
guest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