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 안에 하나님 나라

<누가복음 17장 20-21절>

20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21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어느덧 2018년의 마지막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한 신문사가 2018년 10대 국내 뉴스를 이렇게 정리했더군요.

  1. 남북,북미회담 한반도 평화무드
  2.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불경기와 재개반발로 ‘용두사미’
  3. 양승태 대법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前대법관 첫 영장청구
  4. 한국사회 뒤흔든 미투… 페미니즘 대중화 이어져 여성들 거리로
  5. 평화 불러온 평창올림픽… 하계올림픽 30년만에 동계도 개최
  6. 전세계 팬 열광시킨 BTS… 한국 가수 첫 빌보드 앨범차트 1위
  7.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불합치… 대체복무제 사회적 논의 본격화
  8. 박근혜 25년형, 이명박 15년형… 전직 대통령 두 명 구치소 수감
  9.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고질적 ‘위험의 외주화’ 공분
  10. 서울 아파트값 천정부지… ‘9.13 부동산 대책’ 내놓자 진정 국면

한편, 2018년 10대 국제 뉴스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1. 미.중 무역전쟁에 세계경제 혼란
  2. 장기집권 나선 中,러,터키 ‘스트롱맨’들… 자국 우선주의 앞세워
  3. 사우디 비판한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빈살만 왕세자 배후 의혹
  4. 태국 동굴 고립 유소년 축구단 17일 만에 전원 구조 ‘해피엔딩’
  5. 美, 이란 핵합의 탈퇴, 제재 전면 복원…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
  6. 중남미 이민자 캐러밴 미국행 행렬… 구금 어린이 잇단 희생
  7. 유류세 인상 꺼내든 마크롱…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에 굴복
  8. 유럽,중남미 휩쓴 극우정당… ‘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당선
  9. 트럼프, 시리아 미군 철군 명령… 독단적 결정에 중동정세 불안
  10. 자연재해에 시달린 지구촌… 기록적 폭염,쓰나미에 수천명 사망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우리 교회적으로는 누가복음 17장 20-21절을 주제말씀으로 하여,

먼저 내 안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게 하는 삶을 함께 노력하였습니다.

오늘은 연초에 들었던 그 말씀을 다시 요약적으로 되새겨보면서,

지난 1년간 우리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섰었는가 돌아보고,

새 마음, 새 결단으로 새 해를 맞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던진 이 질문은 새 시대, 새 현실에 대한 열망을 반영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상황은 암울하였고,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좀처럼 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시대 다른 유대인들이 추구했던 길들과 예수님의 길이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

만약 당시 유대인들에게 “왜 당신들이 기다리는 세상이 아직도 오지 않는가?” 물었다면,

그들은 한결같이 자기 바깥을 가리키면서 “저기 저 사람들 때문이오!” 말했을 것입니다.

그들을 괴롭히는 저 이방인들을 여기서 몰아내기만 한다면,

혹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저 세리와 죄인들을 이 공동체에서 떼어내기만 한다면,

약속된 하나님 나라가 분명 그곳에 임할 거라고 그들은 대답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하나님의 나라가 저기 어딘가로부터 시작되는 듯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에도 누군가는 질문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내가 꿈꾸는 세상, 내가 바라는 현실은 언제쯤 이루어질까요?”

“우리가 꿈꾸는 교회,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언제쯤 실현될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흔히들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저기 저 사람 때문에 내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

저 사람의 저런 모습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에 발전이 없다..

이 세상이 너무나 소란해서 내 속에 평화가 없다..

세상이 너무나 썩어 있어서 나도 정직하게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예수님은 반대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저기 어딘가가 아니라 바로 너희 안에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먼저 너희 안에서 시작된다!

너희가 하나님 사랑으로 차 있으면, 너희는 그 사랑으로 세상의 미움을 녹일 수 있다!

너희 속에 하나님의 평화가 있다면, 너희는 이 적대적인 세상에 평화의 길을 낼 수 있다!

너희가 하나님과 바른 관계 속에 있으면, 너희는 이 불의한 세상에서 정의를 행할 수 있다!

너희 속에 하나님 주시는 기쁨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그 기쁨을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이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가 순전히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것들과만 관련되고,

외부적이고 물질적인 것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뜻이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누구에 의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알려주시는 말씀일 것입니다.

여기서 ‘너희 안에’를 어떤 영어성경은 ‘within you’로 번역합니다.

이 경우 ‘너희 안에’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를 뜻할 것입니다.

또 다른 영어성경은 이를 ‘among you’로 번역합니다.

이 경우 ‘너희 안에’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 혹은 그 ‘공동체 속에’를 뜻할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이 두 의미를 다 염두에 두고 이 말씀을 하셨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저기 어딘가에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고 그 관계 속에 임한다는 것입니다.

그곳에 보이지 않게 먼저 임한 하나님 나라가 이후 세상 속으로 점점 더 확장되어가고,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나라의 현존을 인식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당시 이 말씀을 듣던 사람들 속에 예수님이 계셨습니다.

그분 안에 먼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평화, 하나님의 의, 하나님의 기쁨이

성령 안에서 그 예수님 마음과 관계 속에 약동하고 있었습니다.

거기 있던 사람들은 그 예수님에게서 ‘그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따랐던 것이고, 그분을 만나고 변화되었던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제자들이 다시 기대에 차서 묻습니다.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

하지만 예수님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행1:7-8)

하나님의 나라는 이스라엘이란 민족적 경계 안에 갇히는 나라가 아니라,

그 예수의 증인들을 통해 온 세상 모든 사람에게로 확장되어가는 나라라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반드시 그들은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야 할 것을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과 관계 속에 임하고 있던 하나님의 나라가

역시 성령을 통해 그 예수 제자들의 마음과 관계 속에도 임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세상 사람들은 그 하나님 나라에로 초청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이 하나님 나라가 경험되고 전파되고 확장되는 일에 동참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우리가 온전히 하나님의 다스림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의 나라는 먼저 우리 안에 임하여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고,

이후 그 결과로, 우리 주위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도 확장되어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우리 교회 표어를 “먼저 내 안에 하나님 나라!”로 정했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바깥 세상에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일은 먼저 내 안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누구, 다른 어디에 변화가 일어나길 요구하기에 앞서, 먼저 내 안에, 그리고 우리 공동체 안에 거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를 함께 소망하며 노력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함께 기억하자 했었습니다.

첫째, 하나님은 온 창조세계에 그분의 온전한 통치가 회복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그 일에 동참하도록 우리 믿는 자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이것이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예수님 말씀에 내포된 의미입니다.

둘째, 그 일은 먼저 우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미움과 욕심과 교만이 우리의 내면과 관계를 지배하고 있을 때, 우리는 잘못된 열심으로 나아가기 쉽습니다. 변화는 먼저 내 안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의 통치가 먼저 내 속에서 회복되어야 합니다.

셋째, 이를 위해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역사했던 하나님 사랑의 능력이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서도 일어나길 소망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오직 성령이 우리에게 임하실 때 우리는 예수님 가신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은 1년 전 송구영신예배 때 제가 여러분에게 전했던 설교입니다.

그날 참석하지 못한 분도 계시고, 참석했더라도 처음 듣는 느낌인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떠세요?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삶’을 올 한해 잘 사신 것 같습니까?

어떤 분이 그런 얘길 하더라구요.

그 해에 교회표어를 정하면, 꼭 그와 관련된 어려운 일들이 더 생기는 것 같다구요.

“누가 재수없는 소릴 하면 꼭 재수없는 일이 생긴다”는 세상의 속설을 따라,

어쩌면 반-농담식으로 하는 말일 것입니다.

표어를 “참된 이웃이 됩시다”로 정하면, 꼭 그 해에 사랑하기 힘든 이웃을 만나고…

표어를 “참된 예배자가 됩시다”로 정하면, 꼭 그 해에 예배 빠질 일이 많이 생기고…

올해는 표어를 “먼저 내 안에 하나님 나라”로 정했더니,

내 마음과 우리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에서 더 멀어진 모습이 된 것만 같고… ^^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말씀에 근거하여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함께 노력해가기로 결단하게 되면,

그 전에 같은 상황에서 내 방식과 기질대로 반응하고 처리하던 일들에 일단 제동이 걸립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행동하는 길이 뭘까 나름 고민하며 노력하게 되지요.

그러니 삶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합니다.

또한, 우리가 말씀을 따라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노력해가기로 결단하면,

그 일이 우리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하나님께서 환경을 만드시고 도우실 것입니다.

사랑하기 힘든 이웃, 예배 빠질 상황, 나 자신이나 우리 공동체 안에 생겨난 문제…

어쩌면 그 모두는 우리를 새로 빚으시기 위해 하나님이 내주신 연습문제와 같은 것 아닐까요?

말하자면, 그 목표 때문에 우리 상황이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 것이 아니라,

그 목표 덕분에 우리 신앙이 한차원 깊어지고 한단계 도약할 기회를 가진 것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은 운을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믿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다시금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허락하신 여러 상황들 속에서,

나는 얼마나 ‘먼저 내 안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삶’을 살았는가?

저기 어딘가에서, 저기 저 사람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인하려 하기에 앞서,

먼저 내 안에 그 나라가 이루어지길 열망하며 하나님께 순복하는 일에

나는 얼마나 힘쓰고 애쓰며 성령의 도우심을 구했던가?

나의 마음, 나의 관계, 이 작은 영토조차도 하나님이 온전히 다스리시게 못하면서,

거기에 속한 내 우둔한 머리, 내 좁은 마음, 내 부정한 입술, 내 피흘리는 손을 가지고

마치 내가 저기 어딘가에 하나님 나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듯 교만히 행하진 않았는지…

돌아보면, 후회되고 부끄러운 순간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내 안에서 일하시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먼저 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시고, 내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시고,

하나님이 먼저 내 눈에서 들보를 빼주시고, 내 높아진 마음을 평탄케 해주실 때,

비로소 나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온전한 통로가 되어,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유익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올 한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믿음의 여정을 함께했던 형제자매들을 생각할 때,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혼자였으면 올 수 없었을 길을 함께여서 올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족한 모습일 때, 하나님 앞에 더 온전히 서 있던 다른 형제자매 덕분에,

다시 하나님 앞에서 나를 돌아보며 그분의 은혜를 구할 수 있었고,

내가 연약한 모습일 때, 하나님 사랑의 온기를 내게 전해준 다른 형제자매 덕분에,

다시 힘을 내어 내게 주어진 삶을 계속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각 상황의 의미를 우리가 지금 다 이해할 순 없을지라도,

우리 사이에 사랑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려움들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고,

마침내 때가 되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될 줄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러므로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하나님 앞에 우리 자신을 겸손히 세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은 저물고 있지만, “먼저 내 안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삶은

우리가 주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과 삶을 더 온전히 다스리시고,

또 우리를 통해 세상에 그분의 선하신 뜻을 온전히 이루어가실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올 한해도 저희들의 삶을 지키시고 인도해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내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저희가 한 해를 달려왔습니다. 부족한 모습도 많았지만, 지난 시간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 앞에 더욱 겸손히 나아가야 함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우리를 온전히 다스려 주옵소서. 당신의 영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시고, 당신으로부터 오는 사랑과 평화, 의와 기쁨으로 우리의 마음과 삶을 채워 주옵소서.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가 주위 사람과 세상을 잘 섬기며 살게 도와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