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18년 5월 27일)
- 사도행전 16장 6-10절
- 설교자: 류광현 목사
- 잠시 멈추게 하실 때 - 사도행전 16장 6-10절.docx
마가복음 5장에는, 예수님께 치유를 경험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날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님께 와서 자기 딸이 죽게 됐으니 고쳐달라고 간청합니다. 이것은 적잖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마을의 명망있는 노인이 청년 예수에게 와서 엎드리며 간청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예수님이 고쳐주러 그와 함께 가시니 큰 무리가 예수님을 에워싸며 따라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가시던 예수님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춰 서십니다. 예수님이 멈추시니 야이로를 비롯해, 제자들, 무리들이 모두 멈춰 서게 됩니다. 예수님이 무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제자들이 조금 어이없어 하며 대답합니다.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이 안 보이십니까?” 이 북적거리는 상황에서 뭘 새삼스레 그걸 가지고 급한 걸음을 멈추셨냐는 반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아랑곳 않으시고 그 자리에 멈춰 선 채로 어떤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병 낫기를 바라며 조용히 뒤에서 그분 옷에 손을 대었던 한 여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열두 해 혈루증을 앓아온 그녀는 그렇게 예수님 옷에만 손을 대도 나으리라 믿었고, 그렇게 하여 마침내 병이 낫게 되었던 것입니다. 거기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 일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예수님은 아셨습니다. 그녀가 믿음으로 손을 댄 순간, 치유의 능력이 그분에게서 나가는 걸 느끼셨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멈추셨냐는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치유받고 가게 하면 되지, 굳이 그 급하고 중요한 걸음을 멈추면서까지 그녀를 찾아내어 대면하셔야 했냐는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말하고, 예수님은 그녀에게 말씀하십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이 말을 들려주는 일이 그렇게 중요했는가? 예, 중요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지난 12년간 오직 그 혈루증이 낫는 것만을 목표로 달려왔는지 모릅니다. 물론 그 일은 그녀에게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이루어진다고 그녀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오는 것이 우리 인생이 아닙니까?
구원이란 삶의 모든 문제에서 자유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여전히 하나님 안에 있게 된다는 것, 아니, 그것들 속에서 오히려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이미 그녀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 옷에만 손을 대어도 나으리라는 믿음,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것 아닙니까? 하나님은 그녀가 구원을 경험하기를 진정 바라시는 분이 아닙니까? 그 하나님 사랑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 머물 때에야 그녀의 삶이 진정 달라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멈춤의 순간은 그곳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다시금 상기하는 순간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일에만 집중되었던 걸음에 잠시 하나님이 제동을 거시고, 우리가 다시 그분을 바라보며 참 생명 안에 머물도록 기회를 주시는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그 멈춤은 최초에 목적하고 가던 걸음에 차질을 가져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지체되는 동안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 소식을 전합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그 사이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야이로의 마음과 표정은 어떠했을까요? 예수님을 향한 원망의 마음이 올라오지 않았을까요? 이 분이 여기서 저 일로 지체하지만 않았어도… 하지만 예수님은 당황치 않고 야이로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
그리고 가셔서 결국 그 죽은 소녀를 살려내십니다. 앞선 예수님의 멈춤이 더 큰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케 하는 계기가 되었던 셈입니다. 이처럼 멈춤의 순간은 어쩌면 그 당장엔 큰 차질과 손해를 불러오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론 우리가 이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더 큰 하나님의 계획이 성취되는 새로운 진입로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도 중요한 순간에 잠시 멈추게 하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은 부활하시기 전까지 삼일간을 무덤 속에 계셨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무력하고 공허해보이는 시간, 그 사흘의 시간은 인류 역사에 의미있는 시간이었는가? 그동안 예수님이 죽은 자들에게 가셔서 복음을 전하셨다는 증언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예수님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 시간을 지나 부활의 아침이 찾아왔다는 것. 그렇게 당신의 아들을 잠시 멈추게 하시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구원의 역사를 하나님이 뒤에서 준비하고 계셨다는 것. 이처럼 우리의 멈춤의 시간은 하나님이 일하시는 시간, 하나님께서 그분 자신을 우리에게 주시는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다가, 하나님께서 잠시 멈추게 하시거든, 그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을 향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다시 우리를 온전케 하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