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18년 5월 27일)
- 사도행전 16장 6-10절
- 설교자: 류광현 목사
잠시 멈추게 하실 때 - 사도행전 16장 6-10절.docx
<사도행전 16장 6-10절>
6 성령이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거늘 그들이 브루기아와 갈라디아 땅으로 다녀가
7 무시아 앞에 이르러 비두니아로 가고자 애쓰되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아니하는지라
8 무시아를 지나 드러아로 내려갔는데
9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10 바울이 그 환상을 보았을 때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 이는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줄로 인정함이러라
역사가 토인비는 “바울을 싣고 간 배가 유럽을 싣고 갔다”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을 1세기 바울의 유럽행이 돌아보면 유럽 기독교 문명의 시작점이 됐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바울 일행이 그 유럽행 배에 오르게 된 경위를 알려줍니다. 그것은 일이 계획대로 잘 풀리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일이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특별한 개입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1차여행 중 구브로섬-밤빌리아-갈라디아 지방을 돌며 전도하고 돌아온 바울과 바나바는 그곳에 생겨난 교회들을 더 견고히 세울 필요를 느끼고 다시 방문 여행길에 오릅니다. 그런데 이 2차 전도여행은 처음부터 좀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1차여행 중간에 밤빌리아에서 이탈했던 마가를 다시 데려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바울과 바나바 사이에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서, 결국 그들은 다투고 갈라서게 됩니다. 이어서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1차 때와 같이 먼저 구브로섬으로 향하고, 바울은 실라를 데리고 그때와 반대 동선으로 먼저 갈라디아 지방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갈라디아 지역의 교회들을 다 돌아보고 거기서 할 일들을 마친 바울과 실라는 이어 1차여행 방문지인 남쪽 밤빌리아와 구브로섬으로 향하지 않고, 서쪽의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려고 진입을 시도합니다. 바울 시대의 ‘아시아’는 오늘날 소아시아라 불리는 지역의 서쪽 지방을 말합니다. 어쩌면 바울은 바나바 일행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성령께서는 그들이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이 그 길을 막으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브루기아와 갈라디아 지방을 통과해 올라갑니다. 그리고 서쪽 무시아 지역으로 들어가는 국경 앞에 이르렀을 때, 방향을 그 서쪽으로 틀지 않고 계속 북쪽 비두니아를 향해 나아가려 애쓰지만, 그 또한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않았다” 합니다. 그들이 거기서 왜 서쪽이 아닌 북쪽을 택했는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이 의도한 걸음을 두 번씩이나 막으셨다는 것과, 사실 그것은 예수의 영이 그들을 인도한 결과였다는 사실입니다.
이후 바울 일행은 이제 서쪽으로 걸음을 옮겨 무시아 지방을 관통해 드로아까지 갑니다. 드로아는 무시아 지방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는 지역, 더이상 걸어서는 서쪽으로 나아갈 수 없는 아시아 대륙의 땅끝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님은 그들을 서쪽 구석으로 몰아 그 땅끝에서 발이 묶이게 하신 것입니다.
이 드로아에서의 바울에 주목합니다. 거기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심정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까? 지금 우리야, 바울을 유럽으로 보내려고 하나님이 그리 하셨다는 걸 알지만, 그때 바울이 그 뜻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못했을 것입니다.
아직 아시아 대륙에도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들이 많은데, 그걸 다 건너뛰고 하나님이 그들을 먼저 저 바다 건너 유럽으로 이끄신다?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지만, 그 상황에서 생각하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까지 바울은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을 열심히 행하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선교사역에 관한 나름의 구상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좌절을 경험하고 지친 심신으로 그처럼 드로아의 땅끝에 섰을 때, 거기서 바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기도 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사실 지난 주간에 제가 참 어이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예전에 저희 가족이 여행지 숙소 마당에 갇혔던 슬픈 사연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말하자면 그 2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이번엔 저희집 화장실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근처 학교 행사에 참가하러 외출한 상태였고, 저는 그날 시작되는 컨퍼런스에서 맡은 역할이 있어 급히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오려고 급히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는데, 아뿔싸! 안쪽 손잡이는 빠져버리고 바깥쪽 손잡이는 저멀리 밀려나 버렸습니다. 그 손잡이를 고정시키는 나사가 며칠 전부터 헐거워져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게로 수리를 미루고 있다가 그리 되고 만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바쁜데 귀찮게 또 이런 일이 생겼구나, 그냥 좀 짜증스럽게만 생각하며 손으로 문을 잡아 열려는데, 이런! 문이 닫혀 열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떠오른 또 하나의 사실: 핸드폰도 밖에 있다는 것. 안에서 문을 열고 나갈 수도, 밖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저는 꼼짝없이 갇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자, 그 상황에서 제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 것 같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