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나눔터 창간호를 내면서

[살며 생각하며] 나눔터 창간호를 내면서

요즈음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각종 설문과 대담, 그리고 관심들 속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밀레니엄에는 과거보다 더 나은 세상을 희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갈망하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대는 세기가, 그것도 밀레니엄이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도적처럼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인생관과 생활관의 변화 없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계획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각종 환상과 우상을 타파하고 인생의 행복의 본질과 새로운 시대의 표상을 바라보는 깨어 있는 기독교인들의 사명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공산 동구권과 구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철의 장막”이 걷히면서 지금 세계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긴장에서 “지구화” 또는 “세계화”의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긴장을 세계 교회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면을 평가하면서 아울러 3분의 2의 세계를 소외시키고 문화를 자본과 정보에 의해 창출하는 부정적인 측면의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교회들은 연대를 하며 세계 기독교인들의 사명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복음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세상의 가치관에 대한 교회의 대응과 이를 위한 세계교회의 연대는 선교 역사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소위 서구 기독교 문명 국가들의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배치되는 식민지 팽창에 기반을 둔 제국 건설로 상호 경쟁국들을 구축해 내려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제국주의의 시대적인 조류에 편승한 복음 확산과 그리고 그들 국가들 간의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인한 인류 최악의 재앙은 필연적으로 세계 교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선교를 재 숙고케 하고 선교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케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교회의 일치와 연대가 선교를 위한 전략적인 필요가 아니라 교회들의 본질적인 사명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회들이 “개인의 회심과 교회 성장”을 토대로 전세계적으로 일치해서 하나님의 선교의 대행자로서 하나님의 복음을 인류와 창조세계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 한국교회의 교파주의 개 교회주의는 아직 세계교회의 세계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 한국 기독교인들이 갖고 있는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신앙의 독특성(은사)을 세계 교회들과 함께 나누지 않는 것은 마치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주인으로부터 받은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성서에 나오는 무익한 종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독특성과 신앙 전통을 다른 신앙 전통을 가진 사람들과 “나눔”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세계교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허락하신 은사에 대해 우리는 분명한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며 아울러 우리들의 부족한 모습을 동시에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넓은 의미의 선교입니다. 선교역사는 자기 갱신과 복음의 확산이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교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한국 기독교인들이 해외에 살면서 다른 나라의 기독교인들과 신앙을 나누는 것은 하나님의 뜻인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가 됩니다. 특히 체코는 세계종교개혁의 출발지로 체코 전역에 흩어져 있는 개혁교회의 신앙 유산들은 가히 개혁교회의 성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혁교회의 성지에서 체코 기독교인들과 한국 기독교인들의 신앙의 나눔을 위해 지난 10월 3일부터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체코-한국 에큐메니컬 예배”는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신앙의 나눔이라는 이 예배의 취지를 활성화하고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 예배의 소식지를 월보로 발간하여 체코개혁교회의 신앙의 유산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이 소식지가 가족 같은 작은 공동체인 체코의 한인가족들을 위해 조그마한 섬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어 장애와 극심한 문화의 차이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생활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체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인가족들을 위해 개인 개인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생활정보를 수집해서 함께 나누는 일, 그리고 사람과 사람들 간에 서로 따뜻한 마음이 흐를 수 있는 한인가족들의 소식도 함께 나누는 일에 이 소식지가 조그마한 보탬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이 일을 이해하고 자원하는 자매들과 형제들이 없었더라면 소식지 발간의 계획은 마음 속에 접어둔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체코와 한국 기독교인들의 신앙의 나눔과 한인들의 따뜻한 마음의 나눔을 위한 섬김”이라는 이 소식지의 본래의 취지에 따라 더 뜻 있고 예쁜 이름이 정해질 때까지 소식지의 이름을 [나눔터]라고 결정했습니다.

  지면으로나 내용 면에 있어 부족하기 짝이 없고, 앞으로 체코어판이 발간되기까지는 절름발이에 불과합니다만 나눔의 섬김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한결같은 지도와 편달, 그리고 격려와 후원을 바랍니다.
 
나눔터 제 1 호 (1999년 11월 07일 발간)

목사 이 종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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