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체코 히틀러, 서울 신촌 히틀러

나눔터 제 6 호 (2000년 5월 7일 발행)

    최근 체코 국민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히틀러와 관련된 몇 가지 소식이다. 그 중 하나가 전쟁보상금 문제이다. 냉전종식 후 체코를 포함한 동유럽국가들이 독일과 전쟁보상문제 중 하나에 합의하였다.

    전쟁포로들의 강제노역에 대한 배상금의 합의이다. 1인당 보상금 1,500마르크로 계산해서 체코에 지불될 배상금은 4억 2천 3백만 마르크라고 한다. 이 보상금을 둘러싸고 일부에서는 물의까지 빚어지고 있고 인간의 고통을 보상금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른 하나는 체코어판 히틀러의 “나의 투쟁(Mein Kampf)” 출판에 대한 문제이다. 초판 6천권이 서점가에 배포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렸고 다시 이판 인쇄를 기다리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이 책에 대한 판매 금지와 찬성에 대한 진지하고 뜨거운 논쟁이 신문지상과 방송을 통해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하나의 주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마지막 하나는 “존재의 무거움”을 느끼게 하는 히틀러와 관련된 체코 국내 소식을 비집고 대한민국 서울 신촌의 한 레스토랑이 나찌의 상징물들로 내부를 장식했다는 보도가 경박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이 보도가 전해지자마자 항의성(?)을 담은 한국 뉴스 전달자들(체코 친구들)이 어김없이 찾아오거나 안부를 묻는 핑계로 전화를 해서 정중히 뉴스를 내게 전해 주었다.

    가십 기사와도 같은 하나의 소식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싶지 않다. 다만 “산 자여 따르라!”는 죽은 자들의 외침이 더욱 생생해지는 이 5월에 우리들의 자신의 역사에 대해 진지하지 못한 자세가 결국 남의 역사까지도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을 해 본 것이다.

    5.18 광주항쟁을 비롯해서 가까운 우리의 현대사를 둘러볼 때 일제의 식민지 통치, 미군정 3년, 신탁논쟁, 남북분단, 한국전쟁, 4.19 혁명에 이르기까지 어느 역사를 우리는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히틀러의 역사를 끝까지 규명하고 진실을 세우는 유대인들처럼 노력을 하였는가?

    히틀러가 죽은 지 55년이 되었지만 히틀러로 대변되는 파시즘과 대량학살이 세속사회뿐 아니라 유럽 기독교회에 던진 정신적인 충격은 아직도 지대하다. 세속사회는 파시즘에 의한 전쟁과 대량학살의 비극을 히틀러 개인이 아니라 인류의 문명화 과정이 내포한 허구성에까지 그 원인을 추적하므로써 히틀러의 재앙을 영원히 인류역사에서 추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회 역시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고 심지어 체코 신학자 요셉 흐로마드까(J. L. Hromadka 1889 -1969)는 파시즘과 대량학살을 탄생시킨 서구 기독교 문명의 토대인 서구기독교의 반기독교성과 그 원인을 분석하고 올바른 기독교 문명이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에서 건설될 수 있다고 믿고 그리고 실천하였다.

    히틀러로 인한 재앙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려는 유대인들의 집념과 유럽  지성인들의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의 탐구와 대안을 위한 끈질긴 노력에 대해 우리들도 평가와 비판으로 동참을 해야지, 어떠한 이유로도 그것을 희화화(戱畵化) 하거나 폄하(貶下)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히틀러의 문제는 곧 인류 역사와 문명을 바로 세우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목사 이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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