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이 잠잠히

<시편 62:1-12>

1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2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3 넘어지는 담과 흔들리는 울타리 같이 사람을 죽이려고 너희가 일제히 공격하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

4 그들이 그를 그의 높은 자리에서 떨어뜨리기만 꾀하고 거짓을 즐겨 하니 입으로는 축복이요 속으로는 저주로다 (셀라)

5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6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7 나의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다

8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

9 아, 슬프도다 사람은 입김이며 인생도 속임수이니 저울에 달면 그들은 입김보다 가벼우리로다

10 포악을 의지하지 말며 탈취한 것으로 허망하여지지 말며 재물이 늘어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

11 하나님이 한두 번 하신 말씀을 내가 들었나니 권능은 하나님께 속하였다 하셨도다

12 주여 인자함은 주께 속하오니 주께서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심이니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성도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구약성경 시편에는 고난의 상황에서 씌어진 시들이 많습니다.

고난의 상황에서 하나님을 부릅니다. 심경을 토로합니다. 구원을 간구합니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고난을 겪고 있다고 해서 남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그 상황에서 모두가 똑같은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고난의 상황 속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짓는 특징은 고난의 유무가 아니라 고난에 대한 반응, 그리고 그 결과로서 얻게 되는 고난의 유익입니다.

오늘 본문은 고난 중에 있던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자기 상황과 인생을 관조하며 쓴 시입니다.

표제에 ‘다윗의 시’로 되어 있습니다. 다윗이 겪은 고난을 염두에 두고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기울어 넘어지는 담처럼 대적들이 일제히 그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상황입니다.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를 떨어뜨리려고 모함과 거짓과 저주를 쏟아붓는 상황입니다.

그 고난의 상황 속에서 그는 고백합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구원을 기다리며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보겠다는 것입니다.

원어에는 ‘바란다’, 혹은 ‘바라본다’는 말이 없습니다.

히브리성경을 직역하면 ‘내 영혼(네페쉬) 잠잠히(두미야) 하나님만(엘로힘 아크)’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오직 하나님만을! 마음을 하나님께로 향하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구원을 기다리겠다!

둘째, 잠잠히! 환난으로 인해 요동치는 마음의 동요를 잠재우고 침묵 가운데 고요히 하나님만 바라보겠다!

이 ‘잠잠히’라는 말은 뭔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고난의 상황에서 그럼 아무 것도 안 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겠다는 말인가?

그러나 잠잠히 하나님만 바란다는 것,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구원을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 그런 소극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그 고난의 상황을 인간적인 충동이나 세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겠다, 그런 모든 유혹들과 소리들을 결연히 끊어내 버리고, 그 상황에서 하나님이 내게 바라시는 뜻을 좇아 나아가겠다, 설령 그 길에서 더 큰 고난을 겪게 된다 할지라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그 길을 가겠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구원을 맞이하겠다는 결단입니다.

이렇게 보면 ‘잠잠히 하나님만!’이라는 말은 소극적인 물러섬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신뢰에 기반한 매우 단호하고 적극적인 나아감의 행동이라 할 것입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고난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반응이 무엇입니까?

어떻게든 그 고난의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애를 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려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편법을 넘어 불법도 불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다를까요? 절박한 상황이 되면 하나님께 도와달라 기도는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은 어떻게든 내가 해결할 테니 하나님은 내가 하는 그 일이 잘 되도록 도와달라는 식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고난을 허락하실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고난의 결말이 고작 고난의 사라짐이라면 그 고난의 의미는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고난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고난의 풀무불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새롭게 빚어가십니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 있을 때 그러므로 고난은 유익이 됩니다.

고난의 시간은 하나님이 우리를 그분 앞에 서도록 부르시는 시간입니다. 내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할 시간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오직 하나님의 길에 서며,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구원을 기다려야 할 시간입니다.

고난 중에 잠잠히 하나님만 바란다는 시인의 고백은 하나님에 대한 그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2절과 6절에서 그는 반복해서 고백합니다: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반석’은 크고 단단한 바위를 가리킵니다. 비나 바람에 의해 그 형태가 쉽게 변하는 모래 언덕과 대조됩니다. 때문에 반석은 하나님의 불변성을 상징합니다. 하나님은 변함없이 신실하신 분입니다.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 위에 설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라 고백합니다. 건지시는 손, 아무리 암울한 상황에서도 나를 능히 건져 올릴 수 있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분을 경외하며 그분의 뜻을 좇아 나아가는 사람을 결코 버리시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손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나의 ‘요새’라 고백합니다. 요새는 높은 산 위에 있는 방어진지입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튼튼한 방벽입니다. 하나님이 그런 요새라 합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실 때 그 누구도 나를 무너뜨리거나 해할 수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이는 사람보다 더 두려워하고 의지하는 것, 이것이 고난을 바르게 극복하는 비결일 것입니다. 9절에서 시인은 말합니다: “사람은 입김이며 인생도 속임수이니 저울에 달면 그들은 입김보다 가벼우리로다”

내게 불의를 행하는 그 사람에게 같은 식으로 되갚아주지 않는 것,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을 따라가는 것, 그것이 고난 중에 승리하는 비결일 것입니다. 10절에서 시인은 말합니다: “포악을 의지하지 말며 탈취한 것으로 허망하여지지 말며 재물이 늘어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

그리고 11절에서 시인은 놀라운 말을 합니다: “하나님이 한두 번 하신 말씀을 내가 들었나니 권능은 하나님께 속하였다 하셨도다”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시인이 직접 들은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간결한 한 말씀이었습니다. “권능은 내게 속해 있다!” NIV영어성경의 번역을 따르자면, “I am strong!”

하나님이 강하시다는 것입니다. 제 힘을 자랑하는 저 사람들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그분이 강하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강하시다는 이 한 가지 사실로부터 다른 두 가지 깨달음이 이어집니다. 12절입니다: “주여 인자함은 주께 속하오니 주께서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심이니이다”

여기 ‘인자함’으로 번역된 단어는 ‘헤세드’.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키시는 하나님의 한결 같은 사랑, 그 인자하신 사랑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강하시기에 그분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실 수 있으며 그분이 말씀하신 바를 반드시 이루실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은 강하시기에 그분의 뜻을 거스르는 이에게는 그에 합당한 심판을, 그분의 뜻을 따라 행하는 이에게는 구원을 베푸실 수 있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자기 영혼을 향해 명령합니다: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나의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다”

또한 시인은 고난 중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도 권면합니다: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나의 모든 것을 아십니다. 우리가 고난 중에 잠잠히 하나님을 바라볼 때, 하나님은 우리 마음에 진리의 빛을 비추시고, 우리를 온전한 구원의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며,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구원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삶이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