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예배 (2023년 7월 9일)
- 마태복음 20장 1-16절
- 설교자: 류광현 목사
이상한 포도원 - 마20,1-16.docx
<마태복음 20:1-16>
1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주인과 같으니
2 그가 하루 한 데나리온씩 품꾼들과 약속하여 포도원에 들여보내고
3 또 제삼시에 나가 보니 장터에 놀고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
4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내가 너희에게 상당하게 주리라 하니 그들이 가고
5 제육시와 제구시에 또 나가 그와 같이 하고
6 제십일시에도 나가 보니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 이르되 너희는 어찌하여 종일토록 놀고 여기 서 있느냐
7 이르되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이르되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하니라
8 저물매 포도원 주인이 청지기에게 이르되 품꾼들을 불러 나중 온 자로부터 시작하여 먼저 온 자까지 삯을 주라 하니
9 제십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거늘
10 먼저 온 자들이 와서 더 받을 줄 알았더니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 받은지라
11 받은 후 집 주인을 원망하여 이르되
12 나중 온 이 사람들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아니하였거늘 그들을 종일 수고하며 더위를 견딘 우리와 같게 하였나이다
13 주인이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 한 데나리온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
14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
15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
16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성도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본문은 천국, 곧 하나님 나라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 말씀입니다.
비유는 어떤 것과의 유사성을 통해 그것에 관한 부분적 진실을 전달합니다.
천국은 마치 OO과 같다… 비유 속 OO의 어떤 모습이 천국의 일면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주인과 같으니”(1)
그렇다면 본문 속 집주인의 어떤 모습이 천국의 어떤 속성을 드러낸다는 걸까?
우선, 이 집주인은 일꾼들을 얻어 자기 포도원에 들여보내려는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그는 나갔습니다. 이어 제삼시, 즉 오전 9시에 또 나갔습니다. 낮 12시와 오후 3시에도 나갔고, 심지어는 오후 5시에도 나가 품꾼들을 데려왔습니다.
포도원에 할 일이 너무 많아서였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러 면에서 이 포도원 주인은 보통의 고용주들과 달라 보입니다.
그는 고용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세상에 어떤 고용주가 일과시간을 한 시간 남기고 인력시장에 나가 일꾼을 고용하겠습니까?
그것도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비효율의 일꾼들을 말입니다.
이 이상한 포도원 주인은 관심이 일이나 돈에 있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가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더 자신의 포도원에 들여보내는 데 있습니다.
이 포도원 주인의 모습이 천국의 일면을 드러낸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천국은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이 하나님 나라는 죽은 뒤에나 들어가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미 이 땅에 있을 때 우리는 주님의 초청을 받아 하나님 나라에 들어갑니다.
본문의 포도원 주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자기 포도원에 들여보내려 애쓰는 것처럼,
천국의 주인이신 하나님도 한 사람이라도 더 그분의 나라에 들여보내려 애쓰십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하나님은 여러 모양, 여러 방법으로 그 일을 진행해 오셨고,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바로 그 일을 위해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 잃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마18:14)
또한 본문의 집주인은 나중에 들어온 일꾼들에게 후히 자비를 베푸는 사람입니다.
날이 저물자 주인은 청지기를 시켜 일꾼들에게 삯을 주게 합니다.
오후 5시 맨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먼저 한 데나리온씩 받습니다.
한 데나리온은 당시 일용직 노동자들의 보통 하루 품삯입니다.
맨처음 포도원에 들어온 일꾼들에게 주인이 약속한 금액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오후 5시에 들어와 한 시간 일한 일꾼들에게 한 데나리온은 과분한 보상입니다.
그런데도 이 주인은 왜 그들에게 이렇게 준 것일까?
그들을 품꾼으로 쓴 이유와 동일할 것입니다.
그들을 향한 자비심 때문입니다.
그들의 어떤 탁월한 자질이나 대단한 성과 때문이 아닙니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그 만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자격이 없는 자에게 자비로 주어지는 후한 선물, 이것을 일컬어 ‘은혜’라 합니다.
나중 들어온 일꾼들에게 은혜를 베푼 이 포도원 주인의 모습이 천국의 속성을 드러냅니다.
천국은 은혜로 들어가는 곳입니다. 또한 은혜가 역사하는 곳입니다.
에베소서 2장 8절에 말씀합니다: “너희가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그날 포도원에 들어와 일한 사람들 중에 주인에게 은혜를 입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오후 5시에 들어온 사람만이 아니라 오후 3시와 낮 12시, 오전 9시에 들어온 사람들 역시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보다 많이 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른 아침 주인과 한 데나리온의 계약을 하고 맨 먼저 들어와 일한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주인에게 은혜를 입지 않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품꾼을 자기 포도원에 들여보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주인의 권한입니다.
물론 품꾼에겐 거절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인의 허락 없이 그 포도원에 들어올 권한은 그에게 없습니다.
일반 직장이나 일터에 고용되는 일도 이처럼 주인의 호의를 요하는 일일진대, 하나님에 의해 받아들여져 그분의 나라에 들어가는 일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 자체가 은혜이지요.
다만, 그것을 은혜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나중 들어온 자들에게 주인이 베푼 은혜는 먼저 들어온 자들 속에 원망과 불평을 불러일으킵니다.
오후 다섯 시에 들어온 사람들이 한 데나리온씩 받는 것을 보고 먼저 들어온 자들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저들보다 더 받겠지?”
하지만 그들에게도 주인이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주자 그들은 주인을 원망하며 말합니다.
“나중 온 이 사람들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아니하였거늘 그들을 종일 수고하며 더위를 견딘 우리와 같게 하였나이다”(12)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주인이 잘못했습니까? 이들의 항변은 정당한가요?
주인이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대답합니다: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 한 데나리온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13-15)
주인 말대로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한 데나리온의 계약을 맺고 들어온 이들에겐 한 데나리온이 지급되었습니다. 주인은 그들에게 정당하게 행한 것입니다.
오전 9시와 낮 12시, 오후 3시에 들어온 이들에겐 심지어 기대보다 많은 임금이 지급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주인을 원망하는 것이죠?
자기보다 늦게 들어와 적게 일한 자들에게 자기와 똑같은 보상이 주어졌다는 것, 그게 싫었던 것입니다.
저런 식으로 포도원을 경영하면 누가 그 포도원에 들어와 일하려 하겠는가? 얼마든 이렇게 비판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마태복음 20장의 말씀이 경영이론서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어떻게 하면 사업을 잘 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내용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예수님의 천국 비유 말씀입니다.
일꾼들의 불평은 주인이 자신들에게 행한 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보다 못하다 생각되는 이들, 자격이 없다 여겨지는 이들에게 주인이 행한 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
그럼에도 주인이 그 일꾼들에게 원망을 사고 있는 이유는 그의 포도원 경영방식,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이 세상의 일반적인 모습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그 포도원이 이상한 포도원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 이 땅에 존재하는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공동체는 그 안에 역사하는 세상과 다른 가치에 의해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여겨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하나님의 선하신 뜻에 부합하는 차이라면, 그 차이야말로 복음이 세상에 전해지는 방식일 것입니다.
은혜에 대한 감사가 희미해질 때 우리 속에서 원망과 불평이 올라옵니다.
특권의식과 자기-의가 우리 마음을 지배합니다.
그런 상태 속에 있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선을 선으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에이, 이 놈의 포도원! 내가 다시는 오나 봐라!” 원망과 불평 속에 그 한 데나리온을 손에 쥐고 돌아가며 누군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을지 모릅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일찍 와서 많이 일하나 늦게 와서 적게 일하나 어차피 받는 건 똑같잖아! 그럼 내일은 오후 느즈막히 나와서 들어가면 되겠구나!”
하지만 그 한 데나리온을 은혜로 인식한 사람은 집에 돌아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내일도 이 포도원에 와서 일해야지! 내일은 아침 일찍 나와서 들어가리라!”
여러분 생각엔 어떻습니까? 이 세 부류의 사람들 중에 누가 더 그 포도원에 속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그 포도원 땅을 오래 밟았다고 해서 그 포도원에 속한 사람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교회에 직원으로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이라 해서 하나님 나라에 속한 사람이라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포도원에서 일하는 것을 은혜로 인식하는 사람이 계속 그 포도원에서 감사함으로 일할 것이며, 바로 그 사람이 그 포도원에 속한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며,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16)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은 자신을 먼저 온 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나중 온 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생각해보면 이것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가장 먼저 포도원에 들어온 이를 제외한 다른 모든 품꾼들은 누군가에겐 먼저 온 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나중 온 자입니다.
유대인이 먼저 온 자라면, 다른 이방인들은 모두 나중 온 자입니다.
바리새인들이 먼저 온 자라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나중 온 자입니다.
예수님의 첫 제자들이 먼저 온 자라면, 그 뒤에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은 모두 나중 온 자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누군가에 비해 먼저 온 자라는 이유로 나보다 나중에 온 자들에 비해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사실상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비해 나중에 온 자들, 즉 감당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중에 어떤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좀 더 일찍 부름받아 좀 더 오래 일합니다. 이것은 은혜입니다. 세월을 허송하지 않고 좀 더 일찍 하나님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은혜입니다.
우리 중에 어떤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좀 더 늦게 부름받아 좀 더 짧게 일합니다. 이것도 은혜입니다. 영벌에서 영생으로 삶의 자리가 극적으로 옮겨지는 구원의 은혜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 나는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 아닙니까?
그 은혜가 늘 우리 속에 역사하여,
하나님의 포도원에서 기쁨으로 수고하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