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신경외과 의사의 체험기 – 나는 천국을 보았다

▲  이븐 알렉산더 박사는 <나는 천국을 보았다>를 통해 자신의 임사체험이 “뇌가 꺼져도 의식이 계속 존재한다는 결정적 증거”이며 동시에 “우리의 삶이 육체나 뇌의 죽음과 더불어 끝나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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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귀신 이야기는 무서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죽음 이후에도 어떤 세계가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해서다. 어떤 안도감을 느낀다고 할까. 죽었다 살아난 이야기, 임사체험(臨死體驗)이 곧잘 관심을 끄는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김영사’가 내놓은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강력한 상품성을 갖고 있다. ‘임사체험’ 주인공이 ‘하필’ 뇌의학 권위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다. 지난해 10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이 사람의 ‘사후세계 체험기’를 표지기사로 실었다는 점만 봐도 그 뉴스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저자 이름은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 의학박사로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 교수와 의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과학 학술지에 150여 편이 넘는 논문을 게재했고, 국제 의학 컨퍼런스에서 200회 이상 연구 발표를 하는 등 뇌의학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한다. 저자 표현대로 “과학에 헌신하는 삶”을 산 이가 뇌사 상태에서 영적 세계를 여행한 내용을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과학에 헌신하는 삶을 산 이가 임사체험”

▲  <나는 천국을 보았다>의 이븐 알렉산더 박사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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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2>는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진 기계 인간의 최후를 한줄기 빛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암전으로 표현했다.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저자에게는 죽음이란 걸 가장 ‘정직하게’ 묘사한 장면이었을지 모른다. “애당초 의식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뇌”란 확고한 ‘고집’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몸이 죽은 후에도 우리의 무언가가 살아남는다는 담론 속에 일말의 진실성이 있을 수 있음을 단 한 순간도 마음을 열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임사체험은 “뇌에 기반한 현상” 또는 “뇌가 만들어낸 환각”이었으며, 그저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야기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저자가 스스로 ‘N of 1(단 하나의 사례)’이 된 것은 2008년 11월. “성인이 자연발생적으로 걸리는 비율은 연간 천만 명 중의 한 명 꼴 이하”인 대장균성 박테리아성 뇌막염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7일 째에 이르러 다시 깨어나는,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동안 저자의 뇌는 “잘못된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라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또는 “인간의 고유한 면을 담당한다고 설명하는 그 부분은 완전히 나가 버린 상태”였다고 한다. “대뇌 신피질이 이미 꺼져버린 상태”를 엑스레이 사진, 병원 기록, 신경 기록 등 모든 의학적 자료들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저자는 특히 강조하고 있다.

“뇌가 꺼져도 의식 존재한다는 결정적 증거”

저자가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의학적으로 뇌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사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임사체험이 뇌가 만들어내는 환각이라면, 그 환각을 만들어내는 뇌가 완전히 멈춘 상황에서는 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의식에 관한 과학적 금기를 깬 사건”이란 설명이다.

“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의 내용이 아니라, 의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모든 것을 단순한 망상이라고 주장하기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또한 자신의 경험이 여타 임사체험과도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보고된 임사체험의 상당수는 잠시 동안 심장이 멈췄을 때 발생”했지만 자신의 경우는 달랐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다른 임사체험과 달리 “지상에서의 내 정체성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의 임사체험이 “물리적 뇌의 한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의식의 세계와 직면한 것”으로 “뇌가 꺼져도 의식이 계속 존재한다는 결정적 증거”이며 동시에 “우리의 삶이 육체나 뇌의 죽음과 더불어 끝나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 자궁”

▲  최근 김영사가 내놓은 <나는 천국을 보았다>. 하버드 신경외과 의사의 ‘사후세계 체험기’를 담고 있다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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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었을 때의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동물도 아니었다. 나는 사람이나 동물 이전의, 그 이하의 어떤 것이었다. 나는 그저 시간이 흐르지 않는 적갈색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주시하는 의식 그 자체였다.”

저자의 임사체험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러하다. 처음에는 “이따금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리기도 하는” 무서운 곳이었지만, 얼마 후 빛의 세계로 들어갔고 이어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가장 이상하고, 가장 아름다운 세상”에 놓이게 됐다고 한다. 중간 중간 상세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검푸른 하늘 사이로 뭉게뭉게 피어오른 분홍색과 흰색의 큰 구름들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 구름들보다 한참이나 위에서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투명한 구체 모양의 존재들이 활 모양을 그리며 하늘을 가로질러 다니면서 그 뒤로 기다란 선을 남겼다.”

이어 저자는 “나비 날개 위의 안내자”를 만나 “그대는 사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의 임사체험은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그는 “자궁 속의 태아가 존재하는 것과 유사했다”면서 “태아는 말없이 영양을 공급해주는 태반과 더불어 자궁 속을 떠다니는데, 태반이 연결해주는 어머니는 사방에 있으면서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서구 의학자로서 ‘자기 반성’ 돋보여

▲  영화 <터미네이터2>는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진 기계 인간의 ‘죽음’을 한줄기 빛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암전으로 표현했다
ⓒ 세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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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자는 임사체험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나 얼굴을 내비치는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였다”며 영적인 세계를 확신하게 된 배경에 종교적 ‘과거’와 무관함을 강조한다. 그 곳은 ‘완전한 실제(Ultra-Real)’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확신을 갖는 두 가지 이유로 “첫째는 내가 관문과 중심 근원에 있었을 때 가르침을 준 존재들이 나에게 이것을 보여줬기 때문이고, 둘째는 내가 그것을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꼽고 있다. 과학적 또는 의학적 논증을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게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믿음의 문제로 ‘다시 한 번’ 귀결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성급하게 덮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서구 의학자로서의 ‘오만’에 대한 자기반성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리적 영역에만 토대를 둔 과학적 방법론이 지난 400년간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라며 “내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과학과 내가 저 너머에서 배운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이 모순된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실재로서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결론에는 오히려 힘이 실린다. “뇌로부터 구속된 세상에 살다보니 그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렸다”는 글은 ‘안도감’을 주기 충분하다. 죽음 이후에도 어떤 세계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세계적인 뇌의학 권위자의 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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