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나눔터 한 돌을 맞이하며…

나눔터 제 10 호 (2000년 11월 11일 발행)

다른 편집진들의 작업 일정에 지장을 주지않기 위해 밀린 숙제 하듯 매월 나눔터 원고 쓰는 일이 벌써 한해가 되었다. 부족한 내용 이지만 함께 읽어준 독자 여러분들에게 그리고 그 동안 지면을 통해 여러 가지 경험을 나누어주신 분들에게, 특별히 물심양면으로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지난 한해 동안 나눔터에 대한 분에 넘치는 관심과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반응에 마음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이 일은 몇몇 사람의 공명심에서, 그렇다고 체코의 한인사회를 위한다는 사명의식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또 필자가 목사이기에 전도의 열정에 넘쳐 한 사람의 교인 이라도 더 얻기 위하여 하는 목회 사업(?)으로 시작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물 설고 낯선 타국살이를 자신의 실존에 접붙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해외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고국을 떠난 타국살이는 단지 고향을 떠난 타향살이의 설움의 감정뿐 아니라 삶의 존재방식에 대한 변화까지도 겪어야만 한다. 마치 한국과 같이 소수 민족의 작은 나라, 소수 민족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와 역사가 있는 나라 체코는 대부분 교민들이 떠나는 날을 내다보며 살아가는 곳이다. 그래서 체코는 대부분의 체코의 한국인들에게 목적지를 향하여 그냥 지나 가야만 되는 간이역과 같은 곳이다. 떠날 날이 기약된 체코의 타국살이를 자신의 실존에 접붙히는 방법은 결국 치열한 자기싸움밖에 없다. 이 싸움은 매 순간 삶의 방식에 대한 고뇌와 결단을 요구한다.
나눔터 발간으로 필자는 체코의 체류기간을 단지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려는 인생의 동반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눔터는 이 인생의 동반자들의 조그마한 몸짓에 불과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내고 자신들의 생활비와 용돈을 쓰면서 간이역 같은 체코의 삶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보듬어 보려는 몸짓이다.

때론 허물과 실수도 있지만 나눔터로 삶을 나누려고 몸부림치는 모든 분들을 위해 이시간 사도의 기도로 기도를 올리고 싶다.

“내가 기도하노라 너희 사랑을 지식과 모든 총명으로 점점 더 풍성하게 하사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 또 진실하여 허물 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의 열매가 가득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빌립보서 1장 9-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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