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윗 교회”, “아랫 교회”

나눔터 제 3 호 (2000년 1월 2일 발간)
목사  이 종 실
 
[살며 생각하며] 나의 새천년 새해의 꿈 “윗 교회”, “아랫 교회”

    작년 한해 체코형제개혁교단 소속의 30여개 교회를 방문하여 설교와 교인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중에 지난 10월에 방문한 “프세띤”교회는 저에게 인상이 깊었습니다. “프세띤”은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슬로바키아 국경 부근에 있는 조그마한 도시입니다. 오랜 옛날에 루마니아로부터 매우 호전적인 부족이 정착을 하면서 도시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체코에 몇 안되는 중앙광장이 없는 도시 중에 하나입니다. 전국을 제패한 이 도시의 아이스하키 클럽은 시민들의 긍지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설교를 하러 가기 전에 항상 그 도시와 교회의 역사 그리고 목회자들에 대해 사전 지식을 습득하였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의문은 프세띤에 형제개혁교단 소속 교회가 두 개가 있는데 주소가 같은 거리 이름에 번지 수만 다른 것이었습니다. 지방의 소도시의 거리는 길어야 100m도 채 되지 않기에 같은 거리에 두 개의 교회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교회가 대문을 같이하는 울타리 안에 나란히 세워져 있었습니다. 교회당이 세워진 곳이 산비탈이기에 조금 산 위쪽으로 있는 교회가 “윗 교회” 그리고 아래쪽에 있는 교회가 “아랫 교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교회 모두 다 1700년대 말에 세워진 이곳 교회 역사에 의하면 소위 “관용의 교회”(카톨릭의 관용으로 개혁파들이 자신의 교회당을 갖게 되었다는 뜻)들이었습니다. 카톨릭이 개혁파들의 교회당을 허락할 때에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교회당에 십자가를 세우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윗 교회”와 “아랫 교회”는 십자가가 없는 예배당이었습니다. 후에 “아랫 교회”는 수리를 해서 교회탑을 세우고 교회종도 달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한울타리 안에서 ‘윗 교회’ ‘아랫 교회’로 나뉘어 각각 자기 예배당을 갖고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윗 교회”는 칼빈의 장로교 전통교회이며, “아랫 교회”는 루터의 전통 교회입니다. “윗 교회”는 주로 가난한 계층들로 구성되었고 “아랫 교회”는 부유한 교인들이었습니다. “윗 교회”는 주일날 예배참석 인원이 200명이 넘었고 “아랫 교회”는 60명 정도 모입니다. “윗 교회” 교회당은 고풍스러웠지만 낡았고 “아랫 교회”의 교회당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손질을 해서 새것처럼 보였습니다. 예배 시간이 같아서 윗 교회 교인들도 아랫 교회 교인들도 아랫 교회 교회당 종소리를 듣고 모여들었습니다. 두 교회는 구성원도, 신앙 전통도 달랐습니다. 그 동안 많은 갈등들이 있었을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장로교, 루터교의 각각 다른 교단으로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한 교단 안에서 자신들의 갈등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날 저는 윗 교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은혜가 넘치고 감격스러운 예배였습니다. 모라바 사람들의 정서가 우리 한국 사람과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예배 후 악수를 나누기 위해 교회당 출입문에 서 있는데 눈물을 닦으며 나오는 교인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농사일에 거칠어지고 두툼하게 느껴지는 손들이 힘있게 저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오늘 정말 내가 설교를 했는가?” 의심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윗 교회, 아랫 교회 교인들 100여 명이 교육관에 앉아 한국 교회에 대한 저의 강연을 듣고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집에서 직접 구운 과자와 빵들을 나누면서 이야기가 끝없었으나 열차 시간 때문에 아쉬운 시간을 마감해야 했었습니다. “윗 교회” “아랫 교회” 목회자들이 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프세띤에 와서 자신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들의 지역과 활동들을 보면서 교회 성장을 위해, 지역 선교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조언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역전까지 나와서 전송하는 “윗 교회” 부부 목사들(부인도 안수받은 목사임)의 흔드는 손처럼  프라하로 돌아오는 6시간 열차 여행 내내 “윗 교회, 아랫 교회” 이 두 단어는 갈등과 분열로 상처투성이인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윗 교회, 아랫 교회! 당신들은 교회 성장을 위해서 지역 선교를 위해서 이미 화해와 조화의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고 있는 세상의 빛과 소금들입니다. 당신들의 믿음과 삶이 이미 지역 주민에게, 아니 이 한국인의 가슴 까지 전달되고 있습니다.

    새천년 새해에 저도 “윗 교회 아랫 교회”를 꿈꾸겠습니다. 한울타리 안에 남과 북이 “윗 교회 아랫 교회”처럼, 전라도와 경상도가 “윗 교회 아랫 교회”처럼, “한국기독교단”이란 이름 아래 수많은 교파들이 “윗 교회 아랫 교회”처럼 함께 어깨동무하고 살아가는 그날을 꿈꾸겠습니다.”

Subscribe
Notify of
guest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