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혜

오늘 본문을 통해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에 대해 좀 더 살펴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복 중에 하나는 형통케 하는 복입니다. 형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으로 팔려간 요셉을 하나님이 형통케 하셨다고 합니다. 그의 삶엔 고난이 많았지만, 결국 하나님은 그를 형통한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러고보면 형통함은, 곤고한 때를 잘 지나는 일을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곤 하는 착각 중 하나는, 우리가 좀 더 지혜롭게 되면 고난을 다 피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입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이 형통한 상태를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삶에 고난이 찾아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까? 돈이 좀 더 많아지면? 힘을 좀 더 갖게 되면? 지혜가 좀 더 많아지면? 어쩌면 그런 기대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을 보면 이런 접근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우리에게 형통한 날을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처럼, 우리에게 곤고한 날을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지혜롭다 한들, 우리에게 닥쳐오는 곤고한 날들을 다 피할 순 없습니다.

지혜자 솔로몬의 말을 빌리자면, 하나님은 의도적으로 우리 인생에 이 두 가지를 병행하심으로, 우리가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굽게 하신 것을 누가 능히 곧게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인생에 곤고한 날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면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로지 거기에만 골몰하며, 그것만을 위해 애쓰고 기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좀 어이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이 우리에게 곤고한 날을 주셨다면, 거기에는 분명 선한 목적이 있지 않겠습니까?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말씀합니다.

무엇을 되돌아 보라는 말인가?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보라는 말일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무엇을 바라보며 수고하고 있는지, 잠시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라는 뜻일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내가 그려놓았던 그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만 생각하지 말고, 그것이 하나님의 큰 그림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기를 하나님이 원하실지 생각해보란 말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 지혜는 내가 원치 않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닌 듯합니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깨어 하나님께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능력, 그래서 그분의 눈과 마음으로 모든 것을 새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리하여 하나님이 그 속에 예비하신 좋은 것을 찾아 누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위로부터 오는 참 지혜가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야고보 사도는 지혜를 인내와 연결시키고, 또한 기도와 연결시킵니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약1:4-5)

이어서 지혜자 솔로몬은 지혜를 의인과 악인에 관련지어 말합니다. 구약의 전통은, 의로운 사람은 오래 살고, 악인의 날은 짧으리라고 가르칩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자, 여호와의 규례와 명령을 지키는 자,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가 잘 되고 장수하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도서 기자는 이 구약의 전통 교리에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보니, 자기의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멸망하는 의인이 있고, 반대로 자기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장수하는 악인이 있더라는 것입니다.그리고 이어서 16절에 말합니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스스로 패망하게 하겠느냐”

이 말씀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러면 의롭게 살려 애쓰지 말라는 뜻인가?
하지만 이어지는 17절을 보면 그런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악인이 되지도 말며 지나치게 우매한 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기한 전에 죽으려고 하느냐”

그럼 무슨 말인가? 18절을 봅니다.

“너는 이것도 잡으며 저것에서도 네 손을 놓지 아니하는 것이 좋으니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날 것임이니라”

이것도 잡고 저것도 놓치지 마라! 여기서 ‘이것’과 ‘저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적당히 의롭고 적당히 악한 사람이 되라는 말일까요?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라”는 말은 의로운 삶을 추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나 자신을 실제보다 의롭게 여기지 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