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보내신 곳에서

<사도행전 16장 6-15절>
6 성령이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거늘 그들이 브루기아와 갈라디아 땅으로 다녀가
7 무시아 앞에 이르러 비두니아로 가고자 애쓰되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아니하시는지라
8 무시아를 지나 드로아로 내려갔는데
9 밤에 환상이 바울에게 보이니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그에게 청하여 이르되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하거늘
10 바울이 그 환상을 보았을 때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 이는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줄로 인정함이러라
11 우리가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가고
12 거기서 빌립보에 이르니 이는 마게도냐 지방의 첫 성이요 또 로마의 식민지라 이 성에서 수일을 유하다가
13 안식일에 우리가 기도할 곳이 있을까 하여 문 밖 강가에 나가 거기 앉아서 모인 여자들에게 말하는데
14 두아디라 시에 있는 자색 옷감 장사로서 하나님을 섬기는 루디아라 하는 한 여자가 말을 듣고 있을 때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신지라
15 그와 그 집이 다 세례를 받고 우리에게 청하여 이르되 만일 나를 주 믿는 자로 알거든 내 집에 들어와 유하라 하고 강권하여 머물게 하니라


7-8월 휴가철에 여행계획 갖고 계신 분들 많을 줄 압니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의외성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철저한 계획 속에 떠난 여행이라도, 여행중에는 예기치 않은 일을 만나곤 합니다. 길을 잘못들어 고생하기도 하고, 뭔가를 잃어버리거나, 의외의 사건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중에는 또한 의외로 좋은 일들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모퉁이를 돌며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에 넋을 잃기도 하고, 처음 만난 누군가의 친철한 도움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우연히 일어난 듯한 어떤 일이 후에 중요한 의미로 남기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유럽행 배에 오른 사도 바울과 그의 동료들, 그렇게 하나님 보내신 곳에서 그들에게 일어날 일들은 무엇일까?

지난 번 설교에서 다루었던 본문 앞부분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바울은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고자 하였으나 성령께서 막으셨습니다. 이에 바울은, 지도에서 보듯, 북쪽으로 걸음을 옮겨 브루기아와 갈라디아 땅을 지나 계속 북쪽 비두니아로 가고자 했으나 이번에도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무시아 지방을 통과해 드로아까지 갑니다. 거기서 바울은 밤에 환상을 보게 되지요.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서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청하는 환상이었습니다. 바울 일행은 이것을 하나님의 싸인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유럽 사람들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이해하고, 그 즉시 거기로 떠나기를 힘씁니다. 오늘은 그 이후에 일어난 일에 초점을 맞추어 말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들은 드로아에서 출발해 에게 해에 위치한 작은 섬 사모드라게를 지나 이튿날 빌립보 근처의 항구도시 네압볼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다시 내륙으로 약 16킬로를 이동하여 빌립보에 이릅니다. 빌립보는 오늘날 그리스 북부 지역에 해당하는 마게도냐 지방의 첫 성으로서, 수도는 아니었지만, 로마의 수비대가 주둔하던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바울 일행은 그 성에서 며칠을 머뭅니다. 아마도 여독을 푸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또한 다시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려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안식일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기도할 곳이 있을까 하여 성문 밖 강가로 나갑니다. 당시 빌립보에는 유대인 회당이 없었습니다. 또한 그 도시 안에서는 공인되지 않은 종교활동이 금지되고 있었습니다. 성문 아치에 이 금지규정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성문 밖 강가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무리의 여성들이 거기 앉아 있었습니다. 바울 일행은 그 옆에 앉아 그들에게 말을 겁니다. 아마도 가벼운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화는 점점 진지한 내용으로 발전되었고, 결국 그 여인들은 바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한 여인이 그 복음에 반응합니다.

두아디라 시에서 온 자색 옷감 장사 루디아,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이 일을 기록한 누가는 그녀가 이미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었다고 적습니다. 정식으로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유대인들이 믿는 하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에 대해 관심이 있던 그녀는 그처럼 바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어 그녀가 자기 식솔들과 더불어 세례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그녀의 회심이 얼마나 진지하고 단호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나아가 그녀는 바울 일행을 자기 집으로 초청하여 거기 머물도록 배려합니다. 유럽 최초의 그리스도인, 그리고 유럽 최초의 교회가 그렇게 생겨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