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혜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환상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내가 다른 누군가보다 의롭다는 환상, 그가 가진 악한 모습이 내게는 없다는 환상 속에서, 나를 그보다 의롭게 여기고, 거기서 내 자존감을 확보하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20절에 말씀합니다.

“선을 행하고 전혀 죄를 범하지 아니하는 의인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라”

우리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험담이나 저주를 하면 분노하고,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며 흥분하곤 합니다. 그런데 22절에 말씀합니다.

“너도 가끔 사람을 저주하였다는 것을 네 마음도 알고 있느니라”

세상에 완벽한 의인은 없습니다. 우리는 나 자신을 지나치게 의인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든 다른 이에 대해서든 그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를 용납하고 사랑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어 “지나치게 악인이 되지도 말라”는 말은 우리가 완벽한 의인이 될 수는 없다 해도, 악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죄니라” 말씀합니다 (약4:17).

하나님은 결코 만홀히 여김을 받으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우리의 행동을 달아보시고, 마음의 중심을 꿰뚫어보시는 분입니다. 남이 내게 악을 행했다 해서 나도 그에게 악을 행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로마서 12장 21절에,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말씀합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하신 하나님께 속해 있음에 감사하며 믿음으로 선을 행합니다. 따라서, ‘이것도 잡고 저것도 놓치지 말라’는 얘기는, 의롭고 지혜롭게 살되 이를 과장하거나 자랑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리라 18절에 말씀합니다.

이로 보건대, 참 지혜는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그 모습 그대로 보게 하는 능력입니다. 이것으로부터 진실한 회개, 진실한 용서, 진실한 관계가 가능해집니다. 지혜가 남을 깍아내리고 자기를 높이는 데 사용되는 일이 세상에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참 지혜는 사람을 세우고 사람을 품고 사람을 살립니다. 야고보서 3장 17절에 말씀합니다.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나니”

예수님 시대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의 의로움을 지나치게 나타내려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하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지혜는 사람을 살리는 지혜가 아니었습니다. 반면 예수님은 세상에서 죄인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셨고,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로 바라보며 용납하시고 사랑하셨습니다. 죄인들 속에서의 거룩한 변화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나님을 바라보는 공동체입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은 그의 책 <신도의 공동생활>에서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사귐보다도 사귐에 대한 자기의 꿈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그리스도인의 사귐을 파괴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내 앞에 한 형제자매를 그 모습 그대로로 바라보며 사랑하려 노력하는 일이야말로 진정 교회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믿는 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연약한 내 형제자매를 내가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가 아니라, 그를 그 모습 그대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섬기느냐에 있습니다. 변화는 그 일 후에 하나님이 하실 일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신약의 본문을 봅니다. 이 고린도전서 1장 30절 말씀을 새번역 성경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지혜가 되시며, 의와 거룩함과 구원이 되셨습니다”

구원은 이미 알고 있던 지식에 또 하나의 지식을 덧붙임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구원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각, 새로운 마음으로 살게 되는 일이며, 그런 의미에서 마치 새로 태어나는 일과 같습니다. 갇혀 있던 사람이 밖으로 나오려면 누군가 밖에서 그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처럼, 구원은 우리 안에서가 아니라 우리 밖에서 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바로 그 구원에 이르게 하는 지혜의 열쇠가 되십니다. 지혜자 솔로몬의 권면을 따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분이 은혜로 주신 좋은 것들을 감사함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사람에 대한 환상과 편견을 버리고, 나 자신과 다른 이를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보며 섬기려 하는 사람, 그 사람은 분명 예수님 안에서 그 구원의 지혜와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혜로 주위 사람들을 세우고 품고 살리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늘 예수님 안에 거하며 참 지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